2030세대 티켓예매 절대적 영향력 록 넘어 R&B·재즈 등 장르 다양화 SNS·여론 주도 20대 여성 예매율 스폰서 유치·주최측 수익과 직결 밸리록·서재페 등 트렌드맞춰 라인업
음악 페스티벌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록’과 ‘재즈’가 주무기인 페스티벌에 EDM(Electronic dance music, 일렉트로닉댄스뮤직)과 힙합, R&B가 ‘습격’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핫한 일렉트로니카 듀오 ‘디스클로저(Disclosure)’와 차세대 대형 일렉트로닉 스타로 떠오른 제드(Zedd)가 ‘2016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페스티벌(이하 밸리록)’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로 결성 22주년을 맞은 록밴드 레드핫칠리페퍼스와 함께다. 지난해 안산에서 열린 ‘안산M밸리 록페스티벌’엔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와 함께 미키마우스 헬멧을 쓴 데드마우스가 무대를 장식했다. 데드마우스의 공연이 시작되자 ‘록페’는 대한 클럽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 10주년을 맞은 ‘2016 서울재즈페스티벌(이하 서재페)’엔 팻 메스니를 필두로 데미안 라이스, 코린 베일리 래, 마크 론슨, 제이슨 데룰로 등 ‘재즈’의 벽을 허물고 ‘핫’한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했다.
기존 음악 페스티벌이 장르의 벽을 허물고 음악적 다양성을 꾀하고 있다.
밸리록의 주최사인 CJ E&M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장르간 경계가 무너지고 세계 유명 페스티벌이 음악 페스티벌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음악을 접하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니즈에 부합하고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무대를 만날 수 있는 음악 페스티벌로 확장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표면상의 이유다.
특정 장르를 앞세웠던 음악 페스티벌이 장르의 다양성을 취하는 것은 사실 ‘철저한 전략’이다. 페스티벌을 찾는 관객층이 변화하며 라인업 구성의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많은 음악 페스티벌의 주요 관객층은 20~30대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의 경우 23세~35세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를 서브 타깃으로 삼았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을 주최하는 프라이빗 커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관객 연령별 비율은 조금씩 변화를 보였다. 2012년엔 20~25세 남녀가 9.25%에 불과했으나, 2014년엔 12.56%로 늘었다.
26세~30세 관객층은 놀라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31.91%에서 2013년 43.88%로 부쩍 늘었다. 2014년엔 42.06%를 차지했다. 31세~40세까지의 남녀 관객층은 다소 줄고 있는 추세다. 2012년에 48.47%에서 2014년 37.58%로 줄었다. 2013년엔 31.57%로 뚝 떨어졌다.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도 20대 여성 관객층의 비율은 압도적이다. CJ E&M에 따르면 올해 페스티벌 예매율 기준 관객층은 20대 54.6%로, 남녀 비율은 4 대 6 정도다. 30대는 26.4%, 10대는 7.7%에 불과했다. CJ E&M 관계자는 “그 해에 어떤 아티스트가 참여하느냐에 따라 관객 구성의 변동이 있지만, 20대 후반~30대 초반 관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해마다 10대 후반~20대 초반, 30대 후반~40대 초반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DM 축제인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의 경우 2015년 기준 20~30대가 전체의 95%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지난해 동원한 관객수만 해도 무려 11만명. 철저하게 젊은 세대에 맞춰진 페스티벌로 국내에서도 탄탄히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이다. 아비치와 아프로잭, 지난해 밸리록을 찾았던 데드마우스가 UMF를 찾는다.
결국 관객층의 변화는 페스티벌을 기획 단계부터 라인업을 구성하는 주요 고려사항이 된다. 공연기획사 관계자들은 “최근의 20대 여성들의 경우 전통적인 록밴드의 음악에선 완전히 멀어졌다”며 “록과 EDM이 조화를 이루거나, 아예 힙합, 알앤비, EDM으로 빠져있다. 페스티벌의 주요 관객층인 이들을 잡기 위해선 트렌드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재페 관계자 역시 “음악과 트렌드에 민감한 여성 관객들이 많이 찾다 보니 한국 음악시장과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아티스트를 라인업에 올린다”고 말했다.
CJ E&M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2016 밸리록의 경우 디스클로저(Disclosure), 트로이 시반(Troye sivan), 버디(Birdy), 딘(DEAN), 혁오 (hyukoh), 장범준(Beom June Jang)등의 출연 발표 이후 20대 여성 예매율이 껑충 뛰었다. CJ E&M은 “기존에 페스티벌 유저들이 아닌 새로운 20대들의 유입이 늘었다”며 특히 “SNS 활동이 활발하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마케팅 타깃인 20대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 페스티벌이 다양한 장르로 세워지는 데엔 또 다른 속사정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3년 무렵부터 한 장르를 이름으로 내세웠던 페스티벌이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를 섭외해왔다“며 ”음악장르의 확장은 수익구조를 고려한 결과“라고 귀띔했다.
티켓 판매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페스티벌은 스폰서에 의존해 한 해 농사를 짓는다.
업계 관계자는 “스폰서 금액을 낼 수 있는 큰 회사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한 번이라도 들어본 이름이거나, 차트에 오르는 아티스트를 먼저 명시할 수 밖에 없다”라며 “대중의 입맛에도 맞추고, 스폰서의 입맛에도 맞출 수 있는 유명 아티스트를 섭외해 중간 중간 배치한다”고 말했다.
정통 록그룹과 EDM, 재즈 거장과 다양한 당르의 대중적 아티스트가 혼재해 ‘록페’와 ‘재즈 페스트벌’의 라인업을 꾸리는 이유다. 하지만 그것이 변질은 아니다.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동시에 수익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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