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페인 7명으로 구성된 '드림 위드 앙상블'의 눈부신 공연기

지난 20일 분당구 서현동 커피전문점에서 열린 '드림 위드 앙상블'의 클라리넷 연주회 장면.
지난 20일 분당구 서현동 커피전문점에서 열린 '드림 위드 앙상블'의 클라리넷 연주회 장면.

[헤럴드분당판교=황정섭 기자]지난 20일 분당구 서현동의 커피전문점에서는 특별한 연주회가 열렸다. 8명의 클라리넷 연주자로 구성된 '드림 위드 앙상블'의 연주였다. 클라리넷만으로 만들어진 앙상블도 드문 일이지만, 리더를 제외한 7명이 자페증을 앓고 있는 청년으로 구성됐다는 사실은 더 놀라운 일이었다. 프로그램도 만만치 않았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 4악장,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OST '내가 좋아하는 것(My favorite things)',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 여러 음악장르를 넘나들었다. 8대의 클라리넷으로 각자 독자적인 파트를 맡아 음을 만들어내는 전무후무한 편곡이었지만, 음은 '천상의 소리'에 가까왔다.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감동의 박수소리가 이어졌고, 곳곳에서 "브라보!"가 터져나왔다. 리더이자 유일한 비자폐증 청년 고대인 씨는 "하루 6시간씩 1곡당 1,000번을 연습한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에서 독립할 때, 이들 자폐인 연주자들이 청중과 카메라 앞에서 완성도 높은 연주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믿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도 견디기 힘든 고된 연습을 자폐인이 이겨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더욱이 몇몇은 증세가 심해 악보를 읽지도 못했다. 몇 달 동안은 자신의 파트를 연주하다 옆사람의 파트를 뒤따라 연주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감정조절이 어려워 티격태격하는 일도 잦았다. 그러나 자폐증의 특성인 남다른 몰입력으로 기적에 가까운 앙상블을 이뤄냈다. 옆사람 파트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음과 자신의 음을 조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뛰어난 솜씨가 알려지자 행사나 음악회 등에 초청됐고, 그해 8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10월부터 정규직 채용을 시작했고, 연말에는 전문예술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옥주 이사장은 "앙상블 단원들이 4대보험을 적용받는 정규직 직장인이 되자 더욱 연습에 몰두했다"면서 "지방에서도 단원이 되기 위해 올라오는 사람이 많아져 연습생도 풍부하다"고 말했다. 분당구 정자동에 연습실도 마련했다.KBS, MBC 방송국에 출연했고, 제주국제관악제 등 음악 페스티벌에도 참가했다. 지자체와 기업의 초청연주도 잇따르고 있다. 리더 고대인 씨는 "내일 결혼을 하게 되지만, 초청을 받고 기뻐하는 단원들을 외면하지 못해 오늘도 연주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마지막 곡은 '섬집아기'였다. 섬집아기는 세계적 비올라 연주자인 리처드 용재 오닐이 발달장애인인 어머니를 위해 첫 음반에 올린 한국 동요로, 자폐인의 어머니들에게 들려주는 곡으로 소개된 바 있다. 가사와 선율에 애잔함이 깃든 곡이다. 연주자들의 어머니 모두 눈물을 글썽였다. 사실 이날의 진정한 주인공은 다름아닌 어머니였다.


jshw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