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같은 동네에 살다가 친해졌어요.”(김두현) 이른바 ‘동네 친구’. 걸어서 5분 거리에 모여 살았다. “편의점 앞에서 만나 맥주 마시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던 친구들이다.
그 ‘동네’ 망원역엔 음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로 다른 밴드에서 활동했다. 홍대 인디신의 ‘음원강자’로 주목받은 슈가볼 고창인, 소울라이츠에서 활동한 유경표, 김두현. 세 남자는 지난 2012년 페이퍼컷 프로젝트로 뭉쳤다.
페이퍼컷 프로젝트의 올 한 해 활동이 활발하다. 이미 두 개의 싱글(그게 좋아요, 우리에게)을 발매했다. 지난 4월엔 단독콘서트 ‘사랑의 단계’를 열었고, 최근 막을 내린 ‘뷰티풀 민트 라이프’ 무대에도 섰다. 단독콘서트 당시 함께한 현악 4중주는 ‘뷰민라’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저희 출연료에서 세션비를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죠.(웃음)”(고창인) 페스티벌를 찾는 관객들에게도 “단독공연 만큼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이날 페이퍼컷 프로젝트의 무대 이후 SNS에는 “성의있게 공연을 해주는 모습에 감동받았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세 사람이 모이자 각자의 팀과는 전혀 다른 색의 음악이 나왔다.
“창인이를 처음 알았을 때 음색이 살랑살랑한 보사보바 같은 음악, 흥얼거리는 음악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유경표)
페이퍼컷 프로젝트의 방향은 이렇게 결정됐다. 김두현은 독학으로 까혼까지 배웠다.
“지금은 덜한테 예전엔 홍대 기반의 밴드들은 대부분 무리가 있었어요. 펑크, 재즈, 힙합 등은 많았죠. 듣기 편한 음악을 하는 팀은 많지 않았어요. 슈가볼이나 소울라이츠도 알앤비(R&B) 장르긴 하지만 듣기 편한 음악을 한다는 음악적 교집합이 있었어요. 페이퍼컷 프로젝트는 좀 더 편안한 음악을 하고 싶었죠.”(고창인)
보컬을 중심으로 한 악기 구성이 독특하다. 클래식 기타와 까혼이 전부다. 음악은 많이 덜어내 더 소박해졌다. 굳이 홍대에서 유행하는 음악들을 따라가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처음엔 이 악기 구성으로 어떻게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어요. 그런데 풍부한 음악적 스펙트럼이 나오는 걸 보고 저희도 놀랐죠. 도리어 제한이 있으니 그 안에서 열심히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소스를 쓸지가 방대하면 갈피를 못 잡을 텐데, 작은 틀 안에서 구체적으로 꺼내게 되더라고요.” (김두현)
“보컬의 목소리가 도드라지게 작업하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 제가 창인이의 목소리를 좋아하거든요. 단순하게 목소리를 살리되 분위기를 가져가려고 해요.”(유경표) “제 목소리가 좀…배우지 않은, 못 배운 목소리죠.” 보컬 트레이닝 등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의미다.
멤버들은 페이퍼컷 프로젝트의 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가사’라고 입을 모은다. “가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음악에서 뺄 건 빼고 최대한 덜어내는 작업을 반복하죠.”(유경표)
심지어 작업을 한 후에도 덜어내는 일을 계속 한다. “요즘 많은 친구들이 음악을 하다보며 자꾸 허전해진다는 생각에 찌개 같은 음악을 많이 만들기도 해요. 저희는 코러스 작업을 하고도 많이 들어내는 편이에요.”(김두현)
“그래도 소금까지는 쳐요. 이젠 덜어내는 것이 익숙해졌죠. 누군가는 얘들은 이것도 안 하고 저것도 안 하네, 할 수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들어내는 과정이에요.”(고창인)
사랑, 이별 등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의 이야기가 소박하게 적혀 고창인의 꾸미지 않은 목소리로 담아낸다. 발표하는 곡마다 차트에 올리는 ‘음원강자’ 슈가볼 때와는 또 다른 색깔과 감성이 묻어난다. 유경표는 “슈가볼이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같은 음악이라면 페이퍼컷 프로젝트는 혼자 내 이야기를 쓰는 일기장 같은 음악”이라고 했다.
“슈가볼 음악은 듣는 사람을 한번 더 생각한다면 페이퍼컷 프로젝트는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해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더라도 페이퍼컷 프로젝트로는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고창인)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적어가는 작업은 계속 된다. 오는 6월엔 새로운 싱글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멋 부리지 않았고, 굳이 스타일 좋은 팀처럼 보이기 위해 애쓰지도 않는다. “아마도 굉장히 듣기 편하고, 달콤한 노래가 될지 안흘까 싶어요. 지금까지 페이퍼컷 프로젝트가 안해 본 스타일의 곡이에요. 뼈대만 있는 상태인데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곡이죠.” (유경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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