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눈에는 사연을 잔뜩 숨겼다. ‘사운드’를 다루는 직업(음향감독) 탓에 예민하기 그지 없다. 일 밖에 모르는 워커홀릭인데다, 일에 관한 한 상상을 초월하는 완벽주의다. 그 남자가 자신의 본심을 여주인공에게 쏟자 안방극장이 술렁였다. 동명의 ‘오해영’ 사이에 홀로 선 남자 박도경을 연기하는 에릭이다.
마흔을 앞두고 에릭(37)은 ‘로코킹’ 타이틀을 얻었다. 1998년 데뷔한 신화 시절부터 치면 어느덧 연예계 생활 20년을 앞두고 있다. 이미 연기 경력 13년차. 성공한 작품이 꽤 많은 데다, 멜로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을 줄줄이 꿰차던 시절이 길었다.
에릭은 2003년 드라마 ‘나는 달린다’(MBC)로 연기자로의 겸업을 선언했다. 이듬해 출연했던 ‘불새’를 계기로 에릭은 연기자로의 자연스러운 행보를 이어갔다. 이 드라마는 에릭에게도 인상적인 작품으로 남아있다. “뭐 타는 냄새 안 나요? 내 마음이 타고 있잖아요.” 다소 오글거렸던 이 한 줄로 에릭은 “10년 넘게 기분 좋은 고통을 받고 있다”(‘또 오해영’ 제작발표회)고 했다. 에릭은 ‘불새’를 통해 그 해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이후 2006년 ‘늑대’가 드라마 촬영 중 부상으로 단 2회 만에 방송이 중단됐고, 같은해 ‘무적의 낙하산 요원’(SBS)이 별다은 재미를 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이듬해인 2007년 만난 MBC ‘케세라세라’는 연기자로서의 아픔을 딛고 다시 선 작품이다. 이 드라마를 통해 에릭은 ‘로코킹’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연애의 발견’을 함께 한 배우 정유미와 처음 만났다. 튀지 않으면서도 드라마 속 장면 장면에 잘 묻어나는 연기가 다져지기 시작한 때다.
흥미롭게도 에릭은 유달리 작품마다 사건 사고가 많았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빚어진 일이었다. 방송 중단으로 아픔을 겪더니 2011년엔 여배우 문제로 드라마가 폭격을 맞았다. 한예슬과 함께 출연했던 KBS2 ‘스파이명월’이다. 여배우의 촬영장 이탈이라는 초유의 사태였다.
‘스파이 명월’ 이후 에릭은 배우로서 숨고르기 시간에 돌입했다. 그룹 신화의 활동을 통해 무대를 오갔다.
3년 만에 다시 출연한 ‘연애의 발견’(KBS2)은 잠시 안방극장에서 사라졌던 에릭을 다시 보게 된 작품이다. 연기자로서의 진가를 보여준 드라마였다. 가수로도 배우로도 오래 봐왔기에 새로운 매력을 찾기 힘든 익히 알려진 얼굴이 난데없이 ‘로코킹’의 반열에 오르기란 쉽지 않다. 그 어려운 걸 에릭이 끊었다. 첫 단추가 ‘연애의 발견’이었다.
3년 만에 돌아온 작품에서 에릭은 자심감과 오만함으로 가득 찬 강태하 역할을 맡았다. 영문도 모른 채 여자친구의 이별선언을 받아들인 후 자신의 실수를 돌아보며 성숙한 남자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려야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당시 연출을 맡았던 김성윤 PD는 본지에 “촬영 시작 전엔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였던 탓에 잘 적응할까 우려가 있었지만 함께 해볼수록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자연스러운 연기로 캐릭터에 잘 녹아드는 것”이 에릭의 장점이며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굉장히 멋진 사람”이라고 칭찬하기도 햇다.
사실 드라마 속 에릭은 교집합이 많다. 캐릭터마다 조금씩 닮은 모습의 연장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재벌2세(불새), 사랑을 우습게 여기는 나쁜 남자(케세라세라)였다. 자신감과 오만함 사이를 오가면서도 자기 안에 상처를 가진 남자 캐릭터다. 배우에게 요구되는 능력 중 하나는 “작품을 고르는 안목”(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인데, 에릭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귀신같이 찾아내는 눈을 가졌다. 에릭 스스로는 “내일 모레면 저도 마흔”이라며 “여자의 마음은 여자가 잘 안다. 여자 마음을 잘 아는 작가님이 써주신 대본대로만 연기”(‘또 오해영’ 기자간담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송현욱 감독은 “이번 촬영을 통해 에릭은 로코와 멜로에 최적화된 남자 배우란 느낌을 받았다. 감정의 분출보다는 표정과 손짓, 눈빛 등 디테일한 부분을 잘 살려 에릭만의 박도경을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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