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새누리당의 계파 갈등이 격화되면서 정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는 모양새다. 사회 현안과 법안 처리에서 늦장 대응이 계속되고 있다. 20일 두 야당은 일제히 최근 벌어진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을 애도하고 논평을 내놨지만, 새누리당은 원내지도부와 중진의원들이 내홍의 대안을 마련하느라 현안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었다.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회의에서 이언주 조직본부장은 “강남역 묻지마 살인에 대해 여성들의 분노가 결집하고 있다”며 “사회적 분노를 만만한 사회적 약자인 젊은 여성에게 폭력적 억압으로 표출하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근원적 문제를 찾고 사회적 위기를 해소하는 것은 정치의 역할이며 어린이와 여성에게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건 사회와 정치가 함께 지킬 책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중진의원과 연석회의를 마련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4ㆍ13 총선은 새누리당에게 대지진과 같고, 이후 여진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예감”이라며 “우리가 풀어야 할 현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생각에 중진의원을 모셨다”고 당내 문제 해결의 시급함만을 거론하고 비공개 회의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이 원내지도부를 꾸린지 보름 가까이 지났지만, 계파 갈등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마련이 지연되면서 현안 대응과 정책 마련에 계속 미흡한 모습이다. 정부의 공공 부문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발해 금융노조가 야당과 차례로 만나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논의할 때도 새누리당은 비대위 형식과 인물을 고민하느라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가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 예고한 뒤 정진석 원내대표는 “김영란법 시행령에 대해 농·축산업계에 상당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며 청와대와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회동 뒤엔 “김영란법은 깜빡하고 의제에서 빠졌다”는 말로 넘어갔다.

새누리당은 이날 원내지도부와 중진의원 연석회의를 2시간 넘게 진행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당 정상화가 지연될 수록 민생 현안 대응이 둔해져 계파 갈등으로 악화된 여론이 더욱 부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