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법률안 이외의 중요 안건 심사나 현안 조사를 위해 상시 청문회 개최를 가능하게 한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공직사회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은 업무마비 사태까지 불러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상시 청문회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잠정 검토한 결과 굉장히 걱정스러운 점이 많다”며 “정부로서는 청문회 준비와 관련해서 자료 제출, 증인과 참고인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어 “청문회는 국회의 증언ㆍ감정에 대한 법률에 따라 하도록 돼 있는데 이렇게 격상되는 것은 굉장히 정부에 큰 영향을 주게 돼 있다”며 “공무원이 소신있게 일할 수 있는 풍토가 어떻게 될 지 우려가 많다”고 덧붙였다.
세종청사 공직사회에서는 청문회 준비에 투입해야 할 시간과 인력이 늘면서 본연의 업무는 소홀히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국회 출장이 늘어 세종청사보다는 여의도로 출근하는 날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해 온 뒤에는 평상시에도 국회 보고를 위해 세종∼서울을 수시로 오가는 공무원이 늘면서 업무 비효율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이 때문에 세종부처 공무원들은 부처 사무실과 청와대ㆍ국회 및 유관 기관들을 오가느라 길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많아 스스로를‘길 과장’ ‘길 국장’이라며 자탄하는 실정이다.
또 세종청사로 이전한 중앙행정기관 17곳의 국내 출장비는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504억 원이 넘었다. 출퇴근 통근버스 예산은 279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부처 한 국장급 공무원은 “세종시로 내려온 뒤 국회 관련 업무나 서울 회의 참석을 위해 일주일에 이틀 정도만 세종에 머무르고 있다”며 “국회가 상시 청문회법을 도입하면 세종부처 사무실 출근을 거의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정부부처에 일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수시로 대면보고하라고 부를 텐데 결국 국회 보고하고 대응하러 다니다가 길바닥에서 시간을 다 써버릴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국회가 청문회 등을 두고 수시로 정쟁을 벌이느라 정작 민생·경제법안 처리에 더욱 소홀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많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상시 청문회법은 여야 간의 정쟁을 증폭시키고 야당의 정부 발목 잡기를 부추길 여지가 많다”면서 “지금도 경제ㆍ민생 법안이 정쟁의 볼모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상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 감시기능이 너무 커지는 것도 문제”이라며 “ 상시청문회가 전횡을 하면 안 된다. 왜 청문회를 열어야하는지 절차나 목적이 명확하게 돼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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