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대단했던 권세를 자랑하던 ‘슈퍼멘이 돌아왔다’도 흔들린다. 한 때 20%를 넘나드는 시청률로 추사랑(추성훈 딸), 삼둥이(송일국 세 쌍둥이) 전성시대를 열었다. 일요일 오후 5시 방송3사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휘청하지 않았던 프로그램은 동시간대 방송 중인 ‘복면가왕’(MBC)에 왕좌를 내줬다. 전성기 때에 비하며 8% 이상 시청률이 빠졌다.
비단 ‘슈퍼맨이 돌아왔다’만은 아니다. 또 다른 육아예능 SBS ‘오 마이 베이비’는 현재 4%대 시청률을 유지 중이다. 몇 차례의 편성 변경, 출연진 교체로 쇄신의 노력을 다 하던 때도 있었으나 화제성이 전무한 프로그램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됐다던 시청자는 지금 새로운 예능을 찾아 떠나고 있다.
방송3사 예능PD들의 진단은 깔끔하다. “그동안 너무 우려먹고 단물이 빠진 것”이라는 단호한 반응이다.
‘육아예능’이 처음 등장한 건 2013년이었다. 아빠와 아이들이 훌쩍 여행(MBC ‘아빠, 어디가!’)을 떠났고, 일만 하던 아빠들에게 육아(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책임지게 했다. ‘황혼육아’ 콘셉트로 시작했다 연예인 가족 육아기로 확장(SBS ‘오 마이 베이비’)한 세 편 모두 2013년 출범했다. 그 무렵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에서 우후죽순 육아예능이 쏟아졌다. 지난 2년간의 현상이다.
지상파 방송사 예능국의 고위 관계자는 “예능PD들에게 하이에나 같은 습성이 있다”며 “하나의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 조금씩 변형한 프로그램을 제작해 트렌드를 만든다. 단물이 빠질 때까지 달려들다 박수받지 못 하고 떠나는 것의 반복이다”라고 말했다.
육아예능의 범람은 결국 피로감을 불러왔다. “프로그램 초반엔 아이들의 모습만 봐도 흐뭇했으나 이야기 패턴의 반복”(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으로 “식상해지고 거부감이 생기며 전체적으로 시들해졌다”(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민아기’들에 열광하던 시청자들은 볼거리가 많아진 미디어 환경에서 되풀이되는 그림을 참고 보지 않는다. 예능PD들은 “주기가 너무 짧아져 일주일에 한 편씩 새로운 스토리를 내놓는 것이 버겁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예능국 관계자들은 “과거엔 하나의 프로그램을 10년을 먹고 살 수 있었으나 이젠 시청자가 한 프로그램에 애정을 가지며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시간은 평균 6개월에서 1년 사이”라고 말한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길게는 3년까지 보던 예능 트렌드는 그 사이 뒤집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 프로그램이 3~4년을 버틴 이후엔 시청자에게 패턴이 읽혀 재미가 사라진 시기가 온다”고 말했다.
‘육아예능’은 그 와중에도 꽤 오래 건재한 셈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경우 수십주간 왕좌를 지켰다. 최소 시청률에 비해 숫자는 눈에 띄게 줄었으나 동시간대 경쟁작 ‘복면가왕’과의 동등한 경쟁을 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뒷심은 죽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등장한 ‘복면가왕’은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시작된 관찰형 육아예능의 순항을 가로막은 프로그램이다. 판세는 눈에 띄게 ‘음악예능’ 쪽으로 기울었다. 이 프로그램을 신호탄 삼아 현재 방송가엔 ‘음악’을 소재로 한 예능(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tvN ‘노래의 탄생’, MBC ‘듀엣가요제’, SBS ‘신의 목소리’, ‘판타스틱 듀오’ 등등)이 줄을 잇고 있다. 얼핏 ‘음악예능’ 전성시대로 보인다. 하지만 그 와중에 생소한 예능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심지어 확장과 변형을 반복한 연예인 중심의 가족예능도 꾸준히 등장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현재 예능가의 상황을 보면 춘추전국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예능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트렌드가 더 빨리 바뀐다”며 “어느 하나의 예능이 주도권을 잡기 보단 전체적인 예능 판도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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