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권 침해 안하면 핵무기 先 사용안해” 모호한 전제 깔아 비핵화 진정성 의문 주한미군 철수 요구 등 해묵은 주장 되풀이 경제실패 자인 불구 구체적 해법 제시 못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권력을 물려받은 지 5년을 맞아 36년 만에 열린 제7차 북한 노동당대회의 절반이 지났다. 현재까지의 평가는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북한은 앞서 개막일인 지난 6일 라디오인 중앙방송을 통해 “휘황한 설계도를 펼쳐놓게 될 것”이라며 당대회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국내외 전문가들도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는 무대에서 앞으로 어떤 정책노선이 제시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김 제1위원장은 1박2일 간 진행된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국제사회 제재를 자초한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거나 해묵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등 전향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운 핵 문제에 대해서 김 제1위원장은 한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김 제1위원장은 스스로 “책임있는 핵보유국”이라며 “적대세력이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으면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새로운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제국주의 핵위협과 전횡이 계속되는 한 자위적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해 핵을 생존의 절대 수단으로 여기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태도 변화를 언급하면서도 모호한 전제를 깔아놓음으로써 진정성을 스스로 갉아 먹은 셈이다.
이 가운데 ‘세계의 비핵화’라는 언급은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핵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가 즉각 “스스로 핵포기 의사가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한 이유다.
경제분야에서는 “한심하다”는 표현을 써가며 실패를 자인하면서도 정작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1990년대 수십만명의 아사자를 낸 ‘고난의 행군’을 다시 언급하며 경제고립을 각오하는 듯한 모습을 내비쳤다. 이는 김 제1위원장이 독자적인 사상을 제시하지 못한 채 김일성ㆍ김정일 주의를 반복강조하면서부터 예견됐던 한계로 풀이된다.
대외관계에서도 김 제1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이 6차 당대회 때 강조했던 제국주의에 대한 투쟁 등을 거의 그대로 따라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동구사회주의권의 붕괴로 더 이상 실현 가능하지 않은 ‘세계혁명’에 대해서까지 언급하고 있다”며 “김 제1위원장이 매우 시대착오적인 냉전시대의 대외관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당대회의 핵심 일정인 중앙위 사업총화가 끝나면서 이제 관심은 김 제1위원장이 어떤 직책에 오를지로 옮겨가고 있다. 앞서 당대회 개막식에서 북한은 주요 의제 5개 가운데 하나로 “경애하는 원수님을 우리 당의 최고수위에 높이 모실데 대하여”를 포함시켰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중앙위 사업 총화 결정서에도 “조선노동당은 김정은 동지를 주체혁명의 최고 수위에 높이 모시고”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외에도 당규약 개정과 중앙지도기관 선거 등이 예정돼 있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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