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앞두고 모교교사들을 위한 특강 요청이 왔다. 말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고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고심 끝에 스승은 국가원수나 부모처럼 타인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므로 옛날에 왜 군사부(君師父)일체를 강조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기로 했다.
임금 군(君)과 같은 의미로 쓰는 임금 왕(王)자를 파자(破字)로 풀어보면 군사부일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즉, 통치자와 스승과 아비의 공통 직분이 소통(疏通)임을 알 수 있다.
글자 일(一)은 하늘을 뜻하고, 줄을 하나 더 그어 만든 글자 이(二)는 하늘아래 땅을 뜻하며,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사람과 모든 생명체를 한 줄로 그어 표시하면 글자 삼(三)이 된다고 서당에서 배웠다. 하늘과 사람과 땅을 이으면 임금 왕(王)자가 되니, 왕의 직분은 하늘과 사람과 땅을 잇는 소통이다. 군사부일체라서 임금(君)의 직분이 소통이면 스승(師)의 직분도 소통이요 아비(父)의 직분도 소통이다.
임금이 소통을 잘하면 백성이 잘 살고, 스승이 소통을 잘하면 학생이 잘 배우며, 아비가 소통을 잘하면 식구가 행복해지니 그 은혜의 정도가 같다는 것이 군사부일체의 진정한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의 직분은 강조되지 않고 은혜만 강조된 감이 없지 않다.
소통의 관건은 관찰과 경청에 있고 소통의 이유는 돌봄에 있다. 소통을 잘하는 나라의 통치자는 백성들의 민생 현장을 살피고 민심을 들어서 그들을 잘 돌보았다. 소통을 잘하는 스승은 학동들을 살피고 목소리를 들어서 그들을 잘 돌보았다. 소통을 잘하는 가장은 식구들의 사정을 살피고 목소리를 들어서 그들을 잘 보듬었다.
옛날의 왕은 소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백성의 삶을 직접 살피기 위해 평상복 차림으로 민정시찰을 나갔다. 백성의 원통한 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신문고를 설치했다. 왕이 직접 갈 수 없는 곳곳에 암행어사를 파견하여 목민관(牧民官)들이 백성을 잘 살피고 백성의 소리를 잘 들으며 그들을 잘 돌보는지 감찰을 했다.
대통령도 옛날 왕처럼 국민들과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면 민심을 잘 파악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사간원(司諫院) 역할을 하는 언론인들을 자주 만나서 귀에 거슬리는 쓴 소리를 많이 들을수록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한 인정예치(仁政禮治)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스승으로서 소통의 직분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살레시오여고 교장수녀는 입학 전에 신입생들을 일일이 면담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삶을 살피며 마음을 나눈다. 교장이 신입생들과 직접 소통한 결과를 담임과 공유하여 계속 생활지도를 해 나간다. 소통의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는 스승의 좋은 예이다.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들과 제대로 소통하려면 우선 부부가 잘 소통하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자녀들과의 소통 역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삶을 살피는 데에서 출발한다면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해질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IT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소통방법이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사람과 사람의 면대면(面對面) 소통을 요구하고 있다. 소통을 잘하려면 눈으로 많이 살피고 귀로 많이 들어야 하지만, 입으로는 말을 적게 해야 한다. 눈과 귀는 각각 둘씩이나 입은 하나뿐인 까닭인지도 모른다.
대통령과 국민, 스승과 제자, 부모와 자식이 서로 소통을 잘 하려면 논어의 구사(九思)중에서 적어도 눈과 귀와 입에 필요한 삼사(三思)를 습관화해야 한다. 눈으로 볼 때는 사물이나 현상을 분명하게 보려는 생각을 하는 시사명(視思明)이다. 귀로 들을 때는 한쪽 이야기만 듣지 말고 전체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려는 생각을 하는 청사총(聽思聰)이다. 입으로 말할 때는 온 마음을 다해 충심으로 말하려는 생각을 하는 언사충(言思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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