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자금마련 어떻게
朴대통령 “양적완화 긍정 검토” 고수 한은법 개정이 필수…합의 진통 클듯 野선 “법인세율 25%로 인상” 정공법 “與주장은 독약” 단언…與 강력 반발
결국 핵심은 ‘돈 문제’다. 구조조정에 소요될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는가다. 정부ㆍ여당은 ‘한국판 양적완화’를 꺼냈다.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꺼냈다가 사라질 듯 보였던 이 카드는 박근혜 대통령 입을 통해 구조조정 핵심 쟁점으로 ‘부활’했다.
야권은 ‘독약’이라고 혹평한다. 그 대신 내민 카드가 ‘법인세 인상’이다. 법인세 인상은 정부ㆍ여당이 경제위기를 가속화할 ‘독약’으로 보는 카드. 누가 구조조정에 쓰일 ‘실탄’을 준비해야 할까. 이를 두고 정부ㆍ여당과 야권이 대립하는 형국이다.
▶한국판 양적완화, 박 대통령 통해 급물살= ‘한국판 양적완화’는 애초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꺼냈던 화두다. 당시 강봉균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산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에서 자금 공급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산은채권을 인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한국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 새누리당은 국채와 정부보증채만 매입할 수 있는 한국은행이 산은채권까지 매입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총선 패배 이후 사그러들던 이 방안이 재차 유력하게 검토된 건 지난 26일 박 대통령 입을 통해서다. 박 대통령은 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 간담회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김진평 삼성선물 연구원은 “시장 전반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일부 분야에 한해 유동성을 공급하기 때문에 타국의 양적완화와 다르다”며 “무차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한국형 양적완화’라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형 양적완화는 처음 거론될 당시부터 논란이 뜨거웠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우려와 발권력 남용으로 통화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또다시 ‘한국형 양적완화’가 불거지면서 이 같은 논란도 재점화할 조짐이다.
정부ㆍ여당은 불가피한 선택이라 보고 있다. 조선ㆍ해운 등을 구조조정하려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고, 이를 위한 증세를 하지 않는 한 결국 중앙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형 양적완화’가 실현되려면 가장 명확한 게 한은법 개정이다. 문제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권의 협조가 없인 개정이 불가능하다.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정부ㆍ여당이 야당의 협조하는 게 예견 가능한 수순이지만, 실제 합의까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현실 가능한 대안으론 정부가 산금채에 보증을 서서 한은이 인수할 수 있게 돕는 방식 등이 거론되지만, 한은법 개정에 따른 양적완화 정책에 비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 측도 신중한 분위기다. 구체적인 요청이 오면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은 채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양적완화는 ‘독약’, 법인세 인상으로 ‘증세’=야권에선 법인세 인상을 구조조정 자금 마련의 핵심으로 거론다.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하려면 결국 증세를 피할 수 없고, 그 방안으로 주장하는 게 법인세 인상이다. 증세로 가야 한다는 ‘정공법’이다. 더민주 비대위 국민경제상황실장을 맡은 최운열 당선자는 “한국형 양적완화는 ‘독약’”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자율적 구조조정을 오히려 지연시키는 방안”이라며 “정부가 돈을 투입하기에 앞서 기업 스스로 자구노력을 해야 하며, 비용마련도 법인세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TBS 라디오에 출연해 구조조정 재원 확보와 관련, “당연히 세금을 인상해야 하며 국민적 공감대는 과세 형평성에 있다”며 “그동안 많은 지원을 받았던 기업을 상대로 법인세를 인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야권은 현행 최고 22%인 법인세율을 25%로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인세는 이명박 정부 시절 기업 투자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단계적으로 인하, 현 22%까지 낮췄다. 이를 다시 이명박 정부 이전 시절로 되돌려야 한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정부ㆍ여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간담회에서 “세금을 올리는 건 항상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며 증세를 반대했다. 특히 법인세 인상을 두곤 “세계적으로 법인세율을 내려 기업 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법인세를올리면 기업이 다 도망갈 것”이라고 했다. 구조조정 대책 방안으로 법인세를 인상하면 오히려 기업 경영 위축으로 악순환될 것이란 의미다.
김상수ㆍ강승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