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고교야구선수들의 대입비리가 의심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대한야구협회에 대해 법원이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69단독(최성보 판사)은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해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교야구선수 이모 씨와 김모 씨가 대한야구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하나, 협회 측에서 두 사람이 경기실적증명서를 위조해 입시 비리를 저질렀다고 볼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보도자료 배포 목적이 ‘대학입시의 공정성’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야구부의 아마추어 투수로 활동하던 이 씨와 김 씨는 지난해 3월 수도권의 한 대학교에 체육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했다. 이들은 대학에 지원할 당시 대한야구협회에서 발급받은 경기실적증명서를 제출했다. 두 사람이 제출한 증명서에는 모두 ‘고교야구 주말리그 왕중왕전’에 참가한 기록이 쓰여 있었다. 이는 해당 학교가 특기자 지원요건으로 제시한 경력이었다.
당시 대한야구협회는 야구 특기자의 대학 입시 비리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실적증명서 발급 기준을 강화한 상태였다. 경기에 참가하더라도 1이닝(1 회) 이상 투수 역할을 하지 못하면 증명서를 받을 수 없었다. 김 씨와 이 씨는 각각 참가한 대회에서 3분의2 이닝과 0이닝 동안 공을 던져 발급 기준에 미달됐지만, 협회로부터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한달 후 협회는 각 언론사에 협회 사무국장 A 씨를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보냈다. 협회는 해당 자료에서 “A 씨가 협회 소속 고등학생 2명의 경기실적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하라고 지시했으며, 위조된 증명서로 이들 고등학생이 대학에 부정입학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각 언론사는 이같은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재판부는 이 씨와 김 씨가 부정입학했는지 단정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당 대학에서 ‘2014년 전ㆍ후반기 왕중왕전’ 참가 사실이 기재된 증명서를 요구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부정 입학했다고 단정하려면 “대학이 ‘경기 참가사실’이 아닌 발급 기준대로 ‘1이닝 이상의 투구 경험’을 필요로 한 점”이 입증돼야 한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