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무거운’ 기존 오디오 한계 뛰어넘은 ‘드비알레’ -드비알레 창업한 3인방 ‘엔지니어+디자이너+전문경영인’ -‘작지만 하이엔드 음질’ 드비알레 앰프ㆍ스피커의 비밀은?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민상식 기자] ‘노래는 공기반 소리반’. 한 유명 음악 프로듀서가 언급해 유명해진 이 말을 정확히 이해하고 음악을 듣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공기반 소리반을 이해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근 이른바 ‘막귀’(좋은 음악을 듣지 못하는 막혀있는 귀)에서 탈출해, 듣는 즐거움을 위해 수백만~수천만원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처럼 고음질 음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업체는 물론 각종 기기 제조사까지 앞다퉈 고음질 기기를 내놓는 상황이다.
실제로 LG전자는 덴마크의 고급 오디오업체인 뱅앤올룹슨(B&O)과의 협업을 통해, 스마트폰에서도 고음질 재생이 가능한 하이파이(Hi-Fi) 모듈을 만들었다.
최근 출시된 차량에도 고음질 음원 재생기술이 들어갔다. 현대차 EQ900과 르노삼성 SM6의 경우 무손실 음원 플락(FLAC)을 지원하는 오디오 시스템을 갖췄다.
하지만 아무리 음악 마니아라고 해도 가수 마돈나(Madonna)와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등 슈퍼리치처럼 수억원대에 달하는 초고가 오디오를 살 수 없다. 그렇다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많게는 2000만원, 적게는 300만원을 투자하면, 초고가 오디오와 견줄만한 음향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최근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드비알레’(Devialet) 덕분이다.
드비알레는 2007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채 10년이 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이다. 단 한 명의 엔지니어가 발명한 작은 회로기판에서 시작한 드비알레는 이제 오디오 관련 특허 88개를 보유한 명품 오디오 기업으로 발전했다.
사람들이 드비알레에 열광하는 것은 기존의 오디오의 한계를 뛰어넘는 미래지향적인 혁신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여러 기기를 설치해야 하는 복잡하고 덩치 큰 과거의 오디오 시스템과 달리, 드비알레의 제품은 모든 것을 한 곳에 모은 ‘올인원’(All in One)임에도 작고 아름다우며 웅장하고 맑은 음질을 들려준다.
▶드비알레 창업 3인방=드비알레의 시작은 엔지니어 ‘피에르-엠마누엘 카멜’(Pierre-Emmanuel Calmel)이 새로운 음향 증폭기술을 개발하면서 부터다.
프랑스의 국립고등엔지니어학교(ENSEA)를 졸업한 뒤 세계적인 통신장비 업체 노텔에서 일하던 카멜은 2004년 신개념 증폭기술 ‘아날로그ㆍ디지털 하이브리드’(Analog Digital Hybrid, ADH)를 발명해냈다.
ADH는 아날로그 A클래스 증폭과 디지털 D클래스 증폭의 장점을 모아 완성한 융합형 증폭 방식이다. 작은 공간에 큰 출력을 내는 디지털 앰프의 장점에 부족한 음질은 아날로그 앰프가 해결하는 방식으로, 크기와 전력 소모는 혁신적으로 줄이면서도 출력과 음질을 극대화시킨다.
이후 이런 혁신적인 기술을 눈여겨보던 친구들, 디자이너 ‘엠마누엘 나르딘’(Emmanuel Nardin)과 전문 경영자 ‘퀜틴 사니에’(Quentin Sannie)가 합류, ADH 상용화를 계획한다.
나르딘은 부르고뉴 고등 응용예술학교에서 기계공학, 제품디자인을 전공했고, 사니에는 파리 제1대학과 파리 제9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후 컨설턴트와 전문경영인으로 일하던 인물이었다.
이들은 2006년 ADH 기술을 넣은 앰프의 시제품을 제작, 올인원 앰프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듬해 드비알레를 설립했다.
드비알레는 2010년 첫 제품 올인원 오디오 ‘디 프리미어(D-Premier)’를 출시한다. 묵직한 앰프라는 기존의 틀을 깨고 두께 32㎜에 불과한 얇고 세련된 디자인에도 하이엔드 사운드를 낸다는 입소문이 금새 퍼졌고, 유럽 및 각국의 오디오 마니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디프리미어의 슬림한 디자인은 최고경영자(CEO)인 사니에가 제품 디자인을 놓고 디자이너 나르딘과 담배를 피며 고민하다가, 담배갑만큼 얇은 두께로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물론 손바닥만한 회로 기판으로도 고음질을 들려주는 ADH 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에 이런 제품 디자인이 가능했다.
세계적 오디오 매체와 전문가들도 디프리미어에 대해 ‘숨막히는 독창성과 음역’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보이며, 드비알레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디프리미어는 해외에서 우리 돈으로 약 2000만원에 팔린다.
▶루이비통 회장의 투자=디프리미어의 파장은 컸다. 혁신적인 기술에 프랑스적인 예술 감각이 더해진 드비알레의 제품을 본 투자자가 줄을 이었다.
평소 차세대 오디오 시스템에 갖심을 갖고 있던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의 시선을 사로잡고 투자까지 받을 수 있었다.
아르노는 2012년 다른 투자자 3명과 함께 드비알레에 1910만 달러(한화 약 220억원)를 투자했다.
거액의 투자를 받은 드비알레는 이후 새로운 오디오 프로젝트 팬텀(Phatom)을 발표한다. 또 스위스 오디오 브랜드 골드문트(Goldmund)의 엔지니어링팀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엔지니어를 공격적으로 영입, 신기술ㆍ신제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전문경영인의 3인 체제로 출발한 작은 스타트업이 출범 5년만에 엔지니어 50여명을 거느린 오디오 전문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같은 거침없는 드비알레의 자신감은 공격적인 기술 투자에서 나온다.
이 회사는 현재 88개의 오디오기술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오디오 보정기술 SAM 프로세싱 등 다양한 특허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올인원 스피커 ‘팬텀’을 출시했다.
팬텀은 작은 크기의 기기 안에 앰프와 스피커가 하나로 들어있는 형태다. 놀라운 것은 팬텀의 확장성이다. 팬텀을 두 개 연결하며 스테레오로, 5개 연결하면 멀티 채널 연결을 통해 홈씨어터 구축이 가능한 혁신적인 방식이다.
전형적인 스피커 형태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설계, 편리한 인터페이스, 독특한 디자인의 팬텀은 출시 후 몇달간 물량 부족 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다.
팬텀은 일반인 음악 애호가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팝스타 비욘세(Beyonce)ㆍ제이지(Jay Z) 부부, 블랙 아이드 피스의 윌아이엠(Will.i.am) 등도 팬텀의 사용자로 유명하다.
팬텀은 미국에서 1990달러에, 출력을 강화한 버전인 팬텀 실버의 경우 2390달러에 팔리고 있다.
▶눈물 로고의 의미=스마트기기를 활용한 확장성과 함께 앰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식 등 기존의 오디오와 차별된 혁신을 이끌고 있는 드비알레는 오디오 제조사보다는 정보기술(IT) 기업에 가깝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 IT 업계 거물들 역시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IT회사 중 한 곳으로 드비알레를 꼽는다.
프랑스 통신재벌 ‘자비에 니엘’(Xavier Niel)을 비롯해 전자상거래 업체 방트 프리베의 설립자 ‘자크-앙투안 그랑종’(Jacques-Antoine Granjon), 벤처투자가 ‘마크 시몬치니’(Marc Simoncini)가 지난해 2000만 달러를 드비알레에 투자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혁신적인 기술력과 함께 디자인ㆍ소프트웨어 이해도가 높은 드비알레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실제 드비알레는 2010년 첫 앰프를 출시한 이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비롯한 디자인어워드 등 전 세계 50곳의 시상식에서 최고 제품상을 받았다.
드비알레의 창업자 3인방은 요즘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현재 엔지니어 카멜이 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디자이너 나르딘이 제품 디자인 총괄 사장, 전문경영인 사니에가 최고경영자(CEO)를 담당하며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했지만 설립초기의 이들이 다짐한 기업 철학은 변하지 않았다.
드비알레의 기업 로고는 눈물을 형상화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가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시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은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 회사가 당장 크게 성장하는 것보다 드비알레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이 만족하고 감동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픽. 이해나 인턴 디자이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