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13일 방송3사의 출구조사와 오후 11시까지의 개표 결과를 분석하면 이번 총선에선 전통적인 지역구도가 붕괴된 것으로 파악된다. 박정희 정부 이후 한국 정치 지형의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던 영ㆍ호남의 동서대결에서 일단 수도권과 영ㆍ호남의 삼각구도로 재편됐다. 구(舊) 지역주의의 해체가 세대ㆍ계층 구성 및 이념구도의 변화와 맞물려 한국 정치지형의 전면적인 재편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ㆍ13 총선이 가져온 지역주의 재편은 ▲영남에서의 여당 지지세 약화와 야권ㆍ무소속의 약진 ▲국민의당의 새로운호남 맹주화(化)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참패와 수도권 입지 강화로 꼽힌다.

일단 영ㆍ호남을 양분했던 여야 주류의 지지세가 급속히 약화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보수의 심장으로꼽혔던 대구발의 변화는 의미심장하다.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에서 전석을 석권했던 대구에서 총 12곳 중 4석 이상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2석은 야권이 2석은 비박 무소속 후보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서도 20대 총선 개표 초반 전체 18개 선거구 가운데 4곳에서 더민주 후보가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에서는 총 6곳 중 새누리당 후보가 우세한 곳이 3곳 뿐이다. 야권 후보가 2곳에서, 비박 무소속 후보가 1곳에서 이기고 있다.

대구ㆍ영남발 여권 지역 구도 재편은 일단 박근혜 대통령과 친소에 따른 구분인 친박-비박간 당권투쟁이 중심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여권 내 이념ㆍ노선의 분화 가능성과 함께 야권의 세력화도 전망된다. 특히 김부겸 더민주 후보의 경우 여권 대권주자로 꼽혔던 김문수 후보에 예상보다 크게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종북이라고 비난했던 야권 단일후보가 2곳에서 당선이 확실시된다.

광주를 비롯한 호남에서는 현재의 기세대로라면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광주 및 호남에서의 새로운 맹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 전체 28석 중 23석이 국민의당이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더민주가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에 한참 뒤진 제 2당이 된 것이다. 야권 주류가 호남 지역 기반과 결별하는 것은 동서 지역구도가 고착화된 뒤 처음이다.

더민주는 호남 텃밭을 국민의당에 내줬지만, 전국 최다 의석이 걸린 수도권역에서의 입지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전통적인 지역감정과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지역적 헤게모니를 수도권에서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라는 풀이도 가능하다. 더민주는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벨트 주요 선거구를 빼놓고는 고른 지지를 얻었다.

더민주는 수도권 압승은 지난 19대 총선에 이어 두번째다. 또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더민주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문패로 당선됐다. 더민주가 호남지역 기반을 잃는 대신 수도권에서 다시 한번 과반을 달성함으로써 도시에 거주하는 개혁ㆍ진보적인 중산층의 정당으로서 입지를 굳힐 기회를 얻은 것이다.

영ㆍ호남에서의 여야 분화가 공통적으로 각 지역 세대별 지지 성향 및 인구 구성의 변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영남의 경우 50~60대 이상에서는 친박 지지가 우세하지만 상대적으로 20~40대 젊은층에서는 비박계나 야권에 대한 성원이 높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에서도 상대적으로 고령층에서는 국민의당 지지세가 뚜렷하고 젊은층에서는 더민주가 더 강세를 보였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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