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 텔러직 등 직무 체계, 남녀 근속 연차 차이가 원인 지목 여성 유리천장 구조 개선돼야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은행권에 여성은행장이 최초로 탄생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은행 내에서의 남녀 임금 격차는 좀처럼 줄어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시중은행 6곳과 지방은행 6곳을 포함한 은행권의 평균 연봉은 7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평균인 7600만원보다 2.6%인 200만원 오른 금액이다.

하지만 이를 남녀 행원으로 구분해 보면 명암이 확인하게 엇갈린다. 여성 직원의 평균 연봉은 5541만원으로, 남성 직원의 평균 연봉인 9833만원의 절반 수준(56.4%)에 불과했다.

은행권의 남성과 여성의 고용 비율이 사실상 절반씩인 5 대 5 수준임을 고려할 때 급여 격차는 놀라운 수준이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했던 ‘2015년 금융인력 기초통계분석 및 수급전망’ 보고서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이 보고서에서 은행에 종사하는 직원의 남녀 비율은 52.2대 48.8이다. 사실상 남녀 고용비율이 절반씩으로 같은 셈이다.

하지만, 급여 수준에서는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연 5000만원 이상의 급여를 받는 남성인력은 남성 전체 인력의78.6%였지만 여성인력은 40.2%인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10명 중 8명은 연봉 5000만원 이상인 데 반해, 여성은 10명 중 4명가량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

이처럼 사실상 절대적 인원수에서는 동일한 남성과 여성 행원들이 급여에서는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는 비정상적 상황엔 은행 내부의 여러 구조적 요인이 깊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남녀의 근속 연차 차이가 꼽힌다. 연공서열에 따른 호봉제 급여 체계를 따르는 은행은 구조적으로 근속연차가 높아질수로 급여 상승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성 직원들은 결혼, 출산, 육아, 내조 등의 이유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남녀의 근속 연차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실제 ‘2015년 금융인력 기초통계분석 및 수급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의 비율을 보면, 남성인력은 절반이 넘는 50.8%가 여성인력의 이에 못 미치는 35.4%를 나타내고 있다.

근속연수와 관련이 깊은 연령별 구조에서도 40대 이상의 비율은 남성의 경우 남성 인력 전체의 절반이 넘는 50.3%인 데 반해, 여성은 26.3%로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어 계약직 창구직 텔러의 비중에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도 여성 은행원의 급여가 낮아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남성 텔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은행권에서 텔러는 여성이 대부분이고, 은행 여직원의 상당수가 입,출금이나 송금, 예,적금 가입 등 비교적 간단한 은행 창구 업무를 수행하는 바로 텔러 혹은 개인금융직군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의 시간제 일자리의 95%는 여성이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 시간제 일자리 여성 가운데 81.4%는 연 1000만~2500만원 수준의 급여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함께 흔히 유리천장으로 불리는 고위직 임원급 여성 진출의 좌절로 인한 여성 임원 인원수가 절대적으로 열세인 점도 남녀 은행원들의 급여차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사상 첫 여성은행장이 탄생하긴 했지만, 주요 시중은행의 행장, 부행장, 본부장급을 살펴보면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KEB하나ㆍ우리ㆍ농협ㆍ씨티ㆍSC 등 7개 시중ㆍ특수은행의 여성 임원(감사 제외)은 6명(5.0%)이다. 이 가운데 외국계인 씨티와 SC은행을 제외한 여성 임원은 1명(0.8%)뿐으로, KB국민은행의 박정림 여신담당 부행장이 유일하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 일자리 대부분을 여성이 담당하고, 임원 수에서는 절대적 열세를 보이는 현재의 남녀 인력 구조 비율의 개선 없이는 남녀 임금의 현격한 차이는 줄어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