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일본 정부가 프리랜서 언론인 야스다 준페이(安田純平)의 억류 소식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9개월 간 일본 당국은 야스다 준페이 억류설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라고 일관했기 때문이다.
NHK 방송은 17일 시리아 반군 세력 활동가가 16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야스다로 추정되는 인물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공개한 시리아인 남성은 NHK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야스다는 알카에다계의 무장조직인 알누스라 전선에 잡혀있으며 이 영상은(야스다의)석방을 위한 중재역할을 맡은 사람으로부터 16일 입수한 것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국제 언론인 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이 사실을 밝혔으나,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당국이 이를 일축했다는 것이다. 야스다의 억류설은 지난해 6월부터 RSF가 꾸준히 제기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7월 “억류됐다고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자세한 발언을 삼갔다.
이후 지난해 12월 22일 RSF는 홈페이지를 통해 “야스다가 지난 7월 초 시리아에서 무장단체에 억류됐으며, 현재 무장단체는 그의 몸값을 요구하며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며 “일본 정부의 조속한 대응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같은 달 24일 “사안의 성격상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대답을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교도(共同)통신에 무장세력이 야스다의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는 정보를 “정부는 들은 바 없다”며 “여러 중개자들이 여러 가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가 관방장관과 기시다 외무상은 당시 “일본인의 안전 확보는 정부의 중요한 책무. 전력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같은달 28일 RSF는 무장세력이 야스다에 억류해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는 발표를 철회했다. RSF는 “확인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때까지 발표를 철회하겠다”고 성명을 냈다.
당시 기시다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이런 문제는 수면 아래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가 암암리에 시리아 무장세력과 협상을 벌였을 가능성도 있지만 17일 공개된 영상은 일본 정부가 야스다 피랍 문제를 둘러싸고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17일 NHK 방송이 내보낸 영상에는 야스다로 추정되는 인물이 종이에 영어로 쓴 글을 읽어나갔다. 그는 자신을 “야스다 준페이”라며 “내 생일이라 그들로부터 메세지를 보내도 된다고 허락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미리 적어 놓은 글을 읽어나가며 “아내와 아버지, 어머니, 형제를 끌어안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고 덧붙였다.
17일 일본 총리 관저실 관계자는 “어떤 상황인지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변 안전을 최우선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고 전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에 일본인 안전 확보는 중요한 책무”라고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을 반복했다.
야스다는 일본 명문 경제전문대학으로 알려진 히토츠바시(一橋)대학을 졸업한 뒤 마이니치(每日)신문 시나노(信濃) 지역 기자로 활동하다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등 분쟁지역 취재에 뛰어들었다. 그는 지난 2004년에도 무장세력에 억류됐다 3일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당시 일본인 3명과 함께 억류돼 크게 보도되지 않았으나 그는 RSF를 통해 기자회견을 열고 현지 분쟁실태를 담은 저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준페이는 피랍 이후에도 이라크와 시리아 등 분쟁지역에서의 취재를 계속했다. 때문에 이를 놓고 자기 책임이라는 ‘자기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지난 2004년 이후 총 7명의 언론인이 무장단체에 피랍됐다. 이 중 사망자는 총 5명이다. 생존자 중에는 2004년 억류됐다 풀려난 야스다 준페이와 야스다의 절친이자 2010년 피랍된 경험이 있는 츠네오카 코스케(常岡浩介)이다.
지난해 1월에는 프리랜서 언론인인 고토 겐지(後藤健二) 등 일본인 2명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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