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준환 기자] 지난해 5월, 화려하지도 않았고 떠덜썩하지도 않았으며, 조용하고 잔잔했지만 깊은 감동을 주었던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당시 시각장애인들의 역동적인 경기는 편집ㆍ녹화되어 공중파를 통해 중계되는 바람에 국민들의 관심을 크게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다른 국제경기대회에 비해 작은 조직, 적은 비용으로도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각계 전문가들의 평가 속에 대회조직위원회(위원장 손병두)는 지난 1월 해산 총회를 연 데 현재 청산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다.
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IBSA, International Blind Sport Federation)이 주관한 이 대회는 지난해 5월 10~17일, 세계 58개국 시각장애인 선수단 및 운영진 등 6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장충체육관ㆍ잠실실내체육관과 인천, 경기 등에서 육상, 체스, 축구 등 총 9개 종목으로 기량을 견줬다.
‘전혀 앞을 볼 수 없는 선수들이 어떻게 스포츠경기를 할 수 있을까?’는 의문 속에 진행된 대회에서 육상 남자 100m의 1등 기록은 11.39초였고, 수영 자유형 남자 50m의 1등 기록은 24.32초로, 비장애인 선수에 버금가는 경기력을 과시했다.
축구 경기장에서는 현란한 드리블이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으며, 유도 경기장에서는 시각장애라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쳤다.
조직위는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시각장애인 관중들을 위해 경기장면은 해설 방송했으며, 대회에 참가한 각국 시각장애인 선수단을 위해 경기장 및 숙박시설에 대한 점자지도도 제공했다.
또한 선수단 및 시각장애인 관중들에게 음성정보가 담긴 보이스아이 코드를 삽입한 대회 유인물을 제공하는 등 이전 여느 대회에 비해 시각장애인들을 배려한 각종 편의 제공이 돋보여 대회에 참가한 세계선수단으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특히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전 4회 대회때까지는 제대로 성적다운 성적을 내지 못했었지만 이 대회에서는 금메달 9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9개로 종합 5위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런 대회 운영과 성과는 그저 이루어진게 아니었다.
지난해 대회를 마무리한 직후 손병두 위원장은 “대회는 코앞에 다가와 있는 데 예산도 제대로 확보되지 못했고, 조직 또한 체계적으로 갖춰지지 않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날이 하루이틀이 아니었다”면서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실제로 대회 개최를 불과 1개월여 앞둔 때까지도 예상했던 재정은 확보되지 못했고, 인력 또한 충분한 상태가 아니어서 장애인체육계의 전문가들은 성공적 대회 개최를 반신반의했다.
예산부족으로 인한 홍보 미흡 등 국민들의 관심 또한 저조해 대회조직위원회는 커다란 난관에 봉착했다.
대회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집행위원장이었던 이병돈 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 때문에 10여분 정도는 호흡을 가다듬느라 고생했다”며 “대회가 무산되거나 실패하면 한국의 국가 위신은 물론 우리나라 시각장애인계가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무거운 절박감에 조직위원회 임직원들이 혼연일체가 돼 힘을 모은 게 대회 성공적 개최의 가장 큰 힘이었다”고 분석했다.
한편 시각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인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는 1998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제1회가 열려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IBSA는 전 세계 시각장애인의 스포츠를 활성화하기 위해 매 4년마다 대회를 주최하고 있다.
한국은 2015년 대회를, 최종 후보국으로 함께 올랐던 태국을 제치고 개최지로 최종 선정돼 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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