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이런 심한 압박과 부담감은 처음”

인간과 다른 감각ㆍ우월한 점 선보여…약점은 여전히 있어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바둑에 대한 경험은 충분했지만 지금처럼 심한 압박과 부담감을 느낀점은 없었다. 이것을 이겨내기엔 내 능력이 부족했다.”

이세돌 9단이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승부에서 패배했다는 점을 깨끗하게 인정했다.

이 9단은 1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3국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일단 죄송하다”며 “경기력이나 경기 결과 등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여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9단은 “결과론적으로 지난 1국은 알파고의 능력을 오판한 면이 많아 다시 돌아가더라도 승리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승부처인 2국의 경우 초반 어느 정도 의도대로 대국을 풀어갔고, 여러차례 기회를 얻었지만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단 점에서 승부가 갈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좌측)과 알파고 개발자인 데니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우측)가 1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세돌 9단(좌측)과 알파고 개발자인 데니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우측)가 1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다만, 이 9단은 알파고가 놀라운 수준의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완벽한 경기에 오른 것은 아니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인간과는 다른 감각도 보여주고, 더 우월한 면을 보여줬다는 면은 부정하지 않지만 분명 약점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오늘의 패배는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파고 개발자인 데니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는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펼치게 된 것은 알파고의 한계를 배우기 위해서”라며 “알파고의 궁극적인 목표는 범용적인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 있으며, 이를 통해 원격 진료를 실현하는 등 인간이 가진 여러 문제를 푸는데 있다”고 덧붙였다.

이세돌 9단은 1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3국에서 알파고에 176수 만에 불계패를 당했다. 이는 세 번 연속 당한 불계패다.

그동안 바둑은 돌을 놓는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보다 많은 복잡성으로 인해 컴퓨터가 정복하기 가장 어려운 게임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알파고는 세계 최정상 프로기사와의 첫 대결에서 승리까지 거머쥐었다.

먼저 3승을 하게 됨에 따라 우승 상금 100만달러는 알파고가 차지했다. 알파고의 개발사 구글 딥마인드는 상금을 유니세프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비록 우승은 내줬지만, 이세돌 9단은 오는 13일과 15일 알파고와 제4ㆍ5국을 마저 치를 예정이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 사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 사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편, 이날 대국 현장을 찾은 구글 공동창업자이자 구글 모회사 알파벳 사장인 세르게이 브릴은 “바둑은 미학적인 게임이며 체스보다도 훨씬 인간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해주는 게임”이라며 “(구글이 앞장서) 컴퓨터 프로그램에도 바둑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미를 접목해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