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를 위한 최고급 맞춤 ‘오트쿠튀르 시승기’ -마크 저커버그가 선택한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이세이미야케’ 닮은 실용성 ‘Q70’
[편집자주]글로벌 슈퍼리치는 자신에게 어울릴 ‘오트쿠튀르’(최고급 맞춤복) 같은 최고급 자동차를 원한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드가 정의한 ‘오트쿠튀르’는 독특한 디자인과 섬세한 기술이 결합한 ‘최상의 럭셔리’다. 결국 전 세계 부호들이 차량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것은 상향 표준화된 주행성능은 물론 브랜드의 품격과 미적 감성이다. 슈퍼리치에게 자동차는 단순히 ‘탈것’이 아닌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에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은 사회지도층과 부호들이 즐겨타는 플래그십 모델(기함ㆍ브랜드를 대표하는 최고급 모델)의 ‘오트쿠튀르’ 시승기를 소개한다.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 기자]일본 닛산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의 플래그십(최상위) 세단은 Q70이다.
사실 국내에서 인피니티의 포지셔닝은 좀 애매한 면이 있다. 실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부유층들이야 인피니티를 정숙하고 깔끔한 차로 인식하고 있지만, 의외로 젊은 층에선 인피니티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인피니티’란 단어에서 아이돌 그룹인 ‘인피니트’를 먼저 떠올리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같이 남녀노소가 다 알만한 수준의 인지도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피니티는 의외로 국내외 억만장자들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대신 선택하는 차로 꼽힌다. 인피니티의 어떤 매력 때문일까.
인피니티 구매자 중에는 독특한 취향을 가진 부자들이 많다. 대부분의 부유층들이 선택하는 흔한 독일차 대신, 상대적으로 길거리에서 보기 힘든 인피니티를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려는 이유에서다. 그저 돈만 많은 부자보다는, 자신 만의 기호와 취향을 가진 전문가들이 인피니티를 선호한다.
우아하고 감각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반면 무겁지 않다. 실제로 매일 똑같은 셔츠를 입는 것으로 유명한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페이스북 창업자가 인피니티의 차량을 소유한 젊은 ‘오너 드라이버’였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인피니티와 고객층이 겹치는 브랜드는 일본에서 탄생한 명품브랜드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로 볼 수 있다.
인피니티와 이세이미야케는 일본 브랜드라는 점 외에도 비슷한 점이 많다. 이세이미야케는 단순하지만 우아한 ‘실용적인 일상복’을 추구한다.
최고급 명품브랜드는 아니지만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즐겨입는 등 국내 재벌가 안주인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로 알려져있다. 저커버그의 회색 티셔츠와 맞먹는 고(故)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검은 터틀넥이 바로 이세이미야케의 제품으로 130달러짜리다.
인피니티 Q70 역시 독일 프리미엄 3사와 어깨를 겨루는 최고급 세단은 아니지만, 이세이미야케처럼 단순하고 우아하며 무엇보다 실용적이다.
인피니티의 베스트셀링 세단 ‘Q50’에 이어 4륜 구동 가솔린 플래그십 세단인 Q70 3.7 AWD를 시승해보니, ‘잘 달리고 잘 서는’ 기본기에 충실한 차량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느껴졌다.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도 앞으로 확 튀어나갈 정도로 반응이 빨랐다. 돌발상황이 빈번한 서울시내 주행에서 시원하게 뻗어나가고 잘 멈추는 주행감은 만족스럽다.
실제로 Q70은 동급의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를 뛰어넘는 최고출력 333마력(7000rpm), 최대토크 37kg.m의 강력한 힘을 낸다.
또 후륜기반의 사륜구동시스템 ‘아테사 E-TS’를 탑재한 Q70 3.7 AWD는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케해, 강수량이 많고 겨울철 폭설이 자주 내리는 국내 도로 상황에 적합하다.
Q70 3.7 AWD 모델의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8.3km/ℓ로 중형 가솔린 세단으로는 나쁘지 않다. 서울 시내를 시승하는 동안 실제 연비는 9km/ℓ 정도로 더 높았다.
주행 중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운전 모드 변환이었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에코, 스노우, 스탠더드 등 네 가지를 지원한다.에코모드에서 스포츠모드로 변환했을 때 몸이 뒤로 젖혀질 정도로 튕겨나가는 반전을 바랐지만, 느껴지는 변화는 거의 없었다. 운전모드변환을 통해 스포츠카로 변신하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확연히 느껴지는 차이다.
외부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앞부분이 길고 트렁크 부분은 짧은 스포츠 쿠페 모습이다. 마치 근육질의 남성 같은 스포티한 느낌이다.
날렵한 A필러(차량 앞유리와 앞문사이 지지대)는 운전자의 시야를 탁 트이게 만들고, 휠베이스(차축거리)는 2900㎜로 동급의 벤츠 E클래스보다 25㎜ 정도 길다. 사이드 미러도 동급 차량보다 커서 넓은 시야각 확보가 가능하다.
이처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곡선 디자인은 최근 슈퍼리치의 패션과 집 내부 인테리어에서 드러나는 단순하고 간결한 디자인 트렌드와도 맞다.
내부 인테리어는 세련된 외부 디자인과 상반된 ‘20세기 감성’이다.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에 가깝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네비게이션과 공조장치 등이 위치한 센터페시아 재질로 ‘나무’가 사용됐기 때문이다. Q70은 물푸레나무를 깎아 만든 실제 나무를 사용했고, 가죽시트도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큼직큼직한 버튼 역시 아날로그 감성이다. 최근 고급차의 센터페시아가 버튼 중심에서 대형 터치스크린으로 바뀌는 추세에도 Q70은 커다란 버튼을 자랑한다.
마치 모듈형 스마트폰이 등장한 시대에 여전히 키패드(버튼)가 달린 폴더형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터치 패널보다는 버튼 방식이 조작이 편하다.
Q70의 가장 큰 매력은 오디오 시스템이다. 카오디오는 요즘 슈퍼리치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 차에는 프리미엄 오디오 ‘보스’(Bose)의 5.1 서라운드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차량 개발 단계부터 보스의 사운드 디자이너가 차량 설계에 참여, 최적화된 오디오 환경을 제공한다. 실제 주행 중에도 차 안에서 콘서트홀에서 경험할 만한 음향이 가능하다.
특히 고속으로 달릴 때 음량 볼륨을 높일 필요도 없다. 오디오를 작동할 때마다 외부 소음의 정도와 주파수를 마이크가 감지해 역주파를 발생시켜 소음을 상쇄시켜주는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런 음향에 대한 자신감으로 지난해 러시아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인 빅토르 트레티아코프(Viktor Tretyakov)가 내한했을 당시 Q70이 의전 차량으로 제공되기도 했다.
보스는 고 아마르 보스(Amar Gopal Bose)가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로 재직하던 1964년 자신의 이름을 따 설립한 고급 오디오 브랜드다. 보스는 1982년 세계 최초로 자동차 오디오 시스템 개발을 시작으로, 현재 포르쉐와 아우디, 인피니티 등에 카오디오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보스의 카오디오는 실제 연주를 듣는 듯한, 원음에 가까운 생생한 사운드를 추구한다. 2013년 별세한 아마르 보스는 2011년 보스의 지분 대부분을 모교인 MIT에 기부했다.
인피니티 Q70는 부호들이 ‘메인카’로 사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차다.
가격은 5695만~6880만원 선으로 비슷한 성능의 동급 차량보다 저렴하지만, 우아한 디자인의 개성적인 고급 세단을 원하는 부유층에게는 Q70이 독일 3사의 차량보다 더욱 매력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