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노태우 정부 시절에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조순(88) 서울대 명예교수는 26일 “우리나라의 유일한 중요 자원은 바로 사람”이라며 아이를 잘 낳게 하고 노인을 즐겁게 해 주면 경제가 잘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날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한국재정학회와 서울대 경제연구소 분배정의연구센터가 개최한 ‘복지와 경제성장’을 주제로 한 공동 세미나 기조연설을 통해 사람을 경시하고 성장률에 연연하는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우리 경제나 정치 등이 잘 안 된다면 그 이유는 바로 사람이라는 유일한 자원을 잘 개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아이를 잘 낳게 하고, 소년을 가정과 학교에서 잘 가르치고, 청년을 적재적소에 고용하고, 노인을 즐겁게 해주면 경제는 자연히 잘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이 나라는 이 네 가지를 다 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대정부는 성장률과 수출을 극대화하면 나머지 문제는 다 잘된다는 단순하고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며 “이 때문에 경제 부문에서 중소기업과 내수산업을 무시하고 경제 외적 부문에선 정치, 교육, 사회, 문화 등을 다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선 “박근혜정부가 지난 3년 동안 시행한 경제정책은 대부분 과거 한강의 기적을 이룰 당시 성공했던(썼던) 정책 수단들”이라며 “지금은 국내외 정세가 그때와는 전혀 달라져서 그런 정책으론 성공을 바랄 수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특히 “계획이란 개발연대 계획처럼 딱딱한 것은 아니고, 앞으로의 방향이나 정책의 역점을 개괄적으로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이라며 “다만 재정과 복지에는 엄격한 자체 통제로 융통성이 적은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복지정책의 시스템과 운영은 경제정책론 교과서에 따라 정밀한 계획을 세워 실시하면 된다”며 “지금처럼 적당히 대응하는 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전국의 학자와 실무자의 지혜를 모아 계획을 세우고 세밀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이근 서울대 교수는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내유보금 과세로 기업의 고배당을 유도한 정책에 대해 “최악의 정책”이라며 “낙수 효과를 기대했겠지만 한국에선 낙수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제개혁연구소장)는 “재벌 ‘규제’가 시장경제에 반한다는 논의가 많았으나 재벌 체제의 반(反) 시장경제성에 대한 논의가 많지 않았다”면서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총수일가 임원보수 등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