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계좌이동제 3단계 서비스
‘800조’ 머니무브 불꽃대전
3월14일 ‘100조’ ISA시장 놓고 증권-은행 진검승부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연초부터 고객유치를 위한 은행ㆍ증권 등 범금융권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26일부터 전국의 은행 창구와 인터넷사이트에서 주거래 계좌를 다른 곳으로 손쉽게 옮길 수 있는 계좌이동제 3단계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800조원에 달하는 머니무브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내달 14일부터는 5년내 100조원대로 추정되는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가 본격 출시되면 금융사간 사활(死活)을 건 고객 유치 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계좌이동 확대시행= 계좌이동제는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길 때 기존 계좌에 등록된 여러 자동이체 건을 신규 계좌에 자동으로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중·지방 등 전국 16개 은행에서 계좌이동제 3단계 서비스가 본격 시작된다.
종전에는 금융결제원의 페이인포(www.payinfo.or.kr) 사이트를 통해서만 조회·변경·해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금융결제원은 작년 7월 1단계로 자동납부 계좌의 조회·해지 서비스를, 10월 2단계로 변경 서비스를 제공했다.
3단계에선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은행 창구에서 직접 계좌 이동을 할 수 있게된다.
공인인증서가 없거나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고객들도 창구를 찾아 자유롭게 주거래 계좌를 옮길 수 있다.
계좌 이동 방법도 쉽고 간편하다.
계좌를 옮기고자 하는 은행에 가서 계좌이동서비스 신청서를 작성, 제출하면 된다.
은행 직원이 자동이체 내역 조회 결과를 고객에게 제시하면 옮기고자 하는 자동이체 내역을 선택한 후 출금계좌를 변경해 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은행 사이트에 들어가 고객이 직접 해도 된다.
인터넷뱅킹에 로그인해 자동이체 내역을 조회한 후 이 가운데 원하는 항목을 자동이체 출금계좌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계좌이동에 참여하면서 600조원이 넘는 자동이체 시장이 요동칠 전망이다.
지난해 개인 계좌 자동이체 건수는 27억3000만건, 금액은 639조원 규모였다.
또 통신비나 카드대금처럼 요금청구기관에 이용료를 내는 자동납부 외에 자동송금이 3단계 서비스에 추가되면서 편의성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월세, 동창회비, 적금납입금 등 고객이 직접 이체주기와 금액을 설정한 자동송금 내역도 조회·해지·변경이 가능하다.
▶ ‘800조’ 머니무브 대전=계좌이동제 에 대비한 은행의 전략은 거래고객인 집토끼를 묶고 타은행 거래고객인 산토끼를 유인하는 게 핵심이다. 그 어느 경쟁보다도 치열하다 여겨지는 휴대폰 가입자 유치전이 은행권에서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계좌이동제는 제도 시행 이후 지난 3개월 동안의 계좌 이동 실적 자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제도 시행 이후 약 83만명이 페이인포에 접속해 32만건의 계좌를 변경한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이는 앞으로 인터넷뱅킹을 통해서도 계좌 이동이 가능해지는 만큼 계좌이동의 실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각종 혜택과 사은품 등으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입출금 통장에 자동이체를 3건 이상 새로 등록하면 기아자동차 레이를 준다. NH농협은행은 자동이체 출금계좌를 변경하거나 신규 등록 고객에게 여행상품권과 골드바를 경품으로 준다. IBK기업은행도 100g짜리 골드바를주는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자동이체 출금 계좌를 옮기면 추첨을 통해 현금 100만원을 준다.
계좌이동제에 대비한 전략 상품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민은행은 아시아나 항공마일리지를 쌓아주는 통장을 내놓았으며, 신한은행은 개인사업자에게 금융혜택과 부가서비스를 내놓는 상품을 선보였다. 우리은행은 ‘우리웰리치주거래예금’의 금리를 올리고, KEB하나은행도 ‘통합 하나멤버스 주거래 우대적금’에 급여 이체 등 실적에 따라 최고 0.8%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얹어준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예상보다 계좌이동이 많지 않았는데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 은행-증권, ISA 승자는?…‘100조 시장’ 놓고 2차전 예고= 은행간 대전의 2차전은 ISA다. ISA는 하나의 통장으로 예금이나 적금은 물론 주식ㆍ펀드ㆍ파생상품 투자가 가능한 통합계좌로 투자 수익에 대해 세금이 없거나 아주 적다는 점에서 시행되면 고객반응이 뜨거울 전망이다. 한 통장에 여러 상품이 묶이는 만큼 고객이동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은행입장에서는 기존 계좌보다 많은 액수의 예금과 운용자산을 확보할 수 있어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경기불황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 부동자금이 작년 말 사상 처음으로 930조원을 넘어서는 등 시중에 떠도는 유휴자금이 주 타깃이다. 시장에선 5년 후인 2020년까지 ISA에 약 100조원의 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ISA는 비단 은행 만의 경쟁이 아니어서 더욱 주목된다. 다름 아닌 은행과 증권사의 계급장을 뗀 경쟁이 예고돼 있다. 내달 14일부터 투자자가 은행과 증권사에서 일임형 ISA와 신탁형 ISA를 제한 없이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일임형 ISA 상품 시장이 은행에 새롭게 열렸기 때문.
투자일임업은 고객에게 투자판단을 위임받아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저금리와 고령화 영향으로 자산관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투자일임 잔고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 온 은행권은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일임형 상품 시장 진출을 오랜 숙원으로 꼽아왔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기획처장은 “세제혜택이 있는 ISA를 증권사에서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투자자의 투자기회를 제약하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해 은행에서도 가입할 수 있도록 은행의 투자일임업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ISA 상품의 정식 판매를 앞두고 은행과 증권사들은 벌써부터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은행은 압도적인 지점수 등 고객과의 접점에서 유리함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고, 증권사들은 자산 운용 노하우를 강점으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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