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민상식 기자] 사람들은 부자(富者)를 어떻게 평가할까.
얼핏 생각해도 부정과 긍정이 교차할 것 같다. 실제 그렇다. 최근 한달 간 다음소프트가 트위터ㆍ블로그 등에서 집계한 ‘부자’의 연관 탐색어 상위 15개 가운데 긍정적 의미를 띤 연관어는 6개였다. 부정적 뉘앙스 연관어도 6개였다.
부자에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최근 자산관리 컨설팅업체 웰스X는 재미있는 데이터를 하나 내놨다. 핵심주제는 “글로벌 부자들을 보는 통념과 실제는 다르다”는 것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와 함께 2014년과 지난해에 작성한 ‘세계 부(富)보고서’를 인용했다. 전세계 개인자산 3000만달러(362억원)이상 부자 21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물론 한국 부자들도 포함됐다.
웰스X가 재작년에 나온 보고서를 올해 재인용한 것은 다소 냄새가 난다. 날로 뚜렷해지는 부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 차단이라는 평가도 있다. ‘부자=상속자ㆍ고학력자ㆍ수전노ㆍ부 독점자’ 등 테마를 정해 순서대로 반박한 것을 보면 얼추 짐작이 간다. 국내 사정과도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 하지만 교훈 삼을만한 데이터도 있다.
▶통념1, 모든 ‘억만장자’가 부를 상속받았다?=웰스X 측은 360억원 이상을 쥔 초고액자산가(Ultra High Net Worth ㆍ이하UHNW)들의 기본특성은 ‘기업가정신’이라고 반박한다. 한마디로 상속자들이 아니란 뜻이다. 보고서는 세계 UHNW 21만1275명 가운데 63.8%에 해당하는 13만4820명이 자수성가로 돈을 모은 부자들이라고 했다. 재산 100%를 상속받은 부자는 3만6690명(17.4%). 상속재산과 자수성가가 섞여 지금의 부를 일군 부호는 조사대상 18.8%인 3만9765명으로 집계됐다고 했다. 이를 종합하면, 지구촌 360억원 이상 가진 자산가 10명 중 6명 이상이 자수성가 부자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국과 현실은 다르다.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이 자체집계한 국내 최상위 부자 100여명 중 자수성가 출신은 30여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최대부호 10명 가운데 7명이 상속자인 셈이다.
▶통념2, 모든 억만장자는 일류대학 출신이다? =언뜻 보기엔 맞지만 정확히 말하면 위 통념도 ‘틀렸다’는 게 웰스X의 분석이다. 우선 세계 초고액자산가 88%는 대학 이상 학력, 12%는 대학중퇴 이하 학력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세계 최상위 대학 10곳을 나온 ‘엘리트 동문’은 지구촌 21만여명 중 5%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웰스X는 “이 10개 대학 중에서도 ‘아이비(Ivy)리그’로 불리는 미국 동부연안 소재학교는 5개”라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소위 ’세계 일류대(?)’로 분류되는 아이비리그 출신 억만장자는 극소수란 얘기다. 국내는 이와 다르다. 최상위 부자 100여명 모두가 대학을 나왔다. 이 가운데 75명은 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 등 세칭 ‘국내 일류대’ 출신이거나 미국 등 해외대학 출신이다.
▶통념3, 억만장자들은 기부를 잘 안한다? =여기에 대해서도 웰스X는 적극 반론을 편다. 우선 부자들의 기부규모가 웬만한 나라 국내총생산(GDP)보다 많다는 논리다. 36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전세계 초고액자산가들은 2014년 기준 1120억달러를 기부했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면 같은 해 아프리카 모로코 GDP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 뿐 아니다. 이들 부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지금까지 살면서 100만달러(12억원) 이상을 공익목적으로 내놓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마디로 부자들은 사람들 생각보다 기부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한국 부자들은 어떨까. 드러난 숫자만 살펴보면 세계수준에 한참 못미친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 장후석 연구위원이 발표한 ‘나눔의 경제학-영미와 비교한 한국나눔문화 7대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억원 이상 기부자가 가입 가능한 ‘아너소사이어티’ 구성원은 2008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지만, 누적 기부금액은 30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통일운동에 써 달라며 전 재산 2000억여원(추산)을 쾌척한 이준용(78) 대림산업 명예회장 같은 인물도 있긴하지만, 아직 국내서 고액 기부문화가 완전히 정착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여기엔 국내 시스템도 한몫한다는 분석이다. 장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3년 개편된 기부금 관련 세금제도는 고액기부를 막고 있다. 소득규모와 관계없이 일률적인 세율을 적용하는 세액공제로 제도가 바뀌면서 ‘기부를 많이 할수록 혜택 감소폭이 커지는’ 일이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윤현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