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지난해 8월 20일 방영된 KBS 수목드라마 ‘어셈블리’에서는 낯익은 장면이 연출됐다. 극중 진상필(정재영 분)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통해 집권당의 임명 강행을 저지하려는 모습이 그려졌다.
진상필은 비리백화점인 국무총리 후보의 임명 강행을 저지하기 위해 당 지도부의 결정을 반대하며 합법적 의사진행방해권인 필리버스터를 활용했다. 무려 25시간 동안 총리임명의 부당함을 지적했고 때론 유행가도 부르면서 결국 본회의 표결을 막았다.
진상필의 명대사도 눈길을 끌었다. 그가 의제와는 상관없는 발언으로 동료의원들의 질타를 받을 때 딸의 학교에서 들려주었던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러며 학생들이 메모지에 정성스레 썼던 민원들을 읽어 나갔다.
드라마 같은 일이 실제 23일 오후부터 국회 본회의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7시경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테러방지법안 표결 반대를 위한 필리버스터가 시작됐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제정으로 국회법에 처음 들어간 필리버스터가 처음으로 발동된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자정이 경과해도 본회의 차수 변경을 하지 않는다. 1인당 1회에 한해 발언할 수 있다. 의제 외 발언은 금지된다” 등 처음 실시되는 필리버스터 규정을 자세히 일러줬다
평소 높은 톤의 목소리에 비교적이 말이 빠른 김광진 의원은 체력을 비축하려는 듯 낮은 톤에 느릿느릿 말을 이어갔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자리를 비울 수도 없는 탓에 입이 마를 때는 물잔의 물로 입만 축였다.
김 의원은 한 자리에 서서 5시간35분간의 연설을 마친 뒤 24일 새벽 0시40분에 본회의 단상에서 내려왔다.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5시간19분’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어 더민주 의원 시절 테러방지법 논의를 주도했던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1시간 49분)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세번째 토론자인 더민주 은수미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은수미 의원은 정 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국정원 강화법을 만들기 위해 국정원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테러방지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댓글사건 관련된 의혹도 다시 언급했다.
은수미 의원을 이어 정의당 박원석 의원, 더민주 유승희 의원, 최민희 의원, 강기정 의원이 필러버스터에 추가로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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