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ㆍ영화 속 왜곡된 재벌가모습 점철

-전체 기업으로 싸잡아 이미지 악화 초래

-경제활성화 가로막는 근원적 철벽규제로

[헤럴드경제=김영상ㆍ고승희 기자]남규만과 조태오. 요즘 또는 얼마전까지 장안의 화제고, 화제였던 이름이다.

드라마 ‘리멤버’ 속 일호그룹 후계자인 남규만(남궁민 역), 영화 ‘베테랑’에서 재벌3세인 조태오(유아인 역). 잘 생긴 남자배우들이 분한 역할의 공통점은 재벌가 망나니 아들이라는 것이다. 남을 짓밟는 갑질에다가 폭력, 살인교사까지 눈깜박하지 않고 저지르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다. 드라마나 영화속의 재벌가는 이렇듯 남규만과 조태오로 집약된다. 영화 ‘내부자들’에선 재벌 회장이 대통령 후보, 문필권력의 언론인과 정경유착하는 거대한 음모론자로 묘사됐다.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데 말이다.

이들 드라마와 영화는 모두 대성공을 거뒀다. “극단적 성격장애와 악질 캐릭터일수록 보는 사람의 흥미는 배가된다”는 흥행공식에 철저히 맞춘 덕분일까.

‘흥행’을 추구해야 하는 대중문화 속성상 재벌가를 단골손님으로 삼는 것은 창작의 자유에 속하지만, 재벌을 비현실적으로 ‘악의 축’ 자체로 극단적 묘사만 하는 것은 국민, 나아가 미래세대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반기업정서를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이 있어왔다.

이런 점을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한 재계가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충남 당진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당진경제포럼에선 대중문화 속에 지나치게 왜곡된 재벌 문제가 화두로 올랐다. 이날 같이 열린 회장단회의에선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최고경영자(CEO) 가족 묘사가 지나치게 비뚫어져 있다”는 공감이 이뤄졌다.

이에 상의 회장단은 일부 재벌가의 잘못은 비판 받아야 하지만, 전체 재계의 반기업정서로 연결되는 것을 차단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모았다. 상의를 중심으로 한 재계는 올 한해 기업가 정신을 재조명하고, ‘착한 기업’ 모범 사례 발굴 및 전파를 통해 기업이미지 개선에 합심키로 했다.

반기업정서 문제가 재계의 우려로 대두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최근들어 계급수저론 등과 맞물린 사회적이슈가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주면서 기업활동 심리 위축을 초래하고 있다는 위기감과 관련이 크다.

실제 상의가 조사한 기업호감도는 10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44.7)로 떨어졌다. 10년간 수치가 50이하로 내려간 적은 드물다.

재계 관계자는 “무역투자진흥회의 등에서 정부가 풀어주는 각종 규제도 의미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국민 나아가미래세대의 반기업정서를 완화하는 것이 기업성장 동력 확보에 중요하다”고 했다.

물론 반기업정서는 재계 스스로 초래한 측면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맷갑 폭행, 땅콩 회항 사건 등에서 보듯이 일부 재벌 2ㆍ3세들의 간헐적인 ‘초갑질’ 사고는 국민정서상 용납될 수 없었고, 이에 대한 교훈을 재계 전체가 개선 실행모드로 본격화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재 대부분 재벌과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모습들이 버젓이 안방에 횡행하고 있고, 이로 인해 대북ㆍ대중리스크에다가 글로벌 변수까지 더해 생존 자체가 힘든 재계가 타격을 입는 것은 전체 사회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의 마윈이 청소년들에게 열렬히 환영받고 있고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으로 우뚝 선 사례는 정말 부럽기도 하다”며 “우리 현실에서 청소년들이 존경하는 기업인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는데, 이것이 대중문화와 연관된 왜곡된 기업관과 무관치 않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10대그룹 임원은 “기업가정신을 다시 강조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건전한 기업인상을 제시하는 데 모두 합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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