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대란·강풍·한겨울 폭우까지 보름에 한번꼴…기상대이변 불안

제주도의 날씨가 상식을 뛰어넘는 도발적 수준이다. 기록적인 폭설사태로 공항이 통째로 마비돼 전쟁터를 방불케 한지 보름여 남짓만에 이번엔 난기류와 강풍도 모자라 장대비를 쏟아내고 있다. 11일 제주 일대는 난기류와 강풍으로 항공기 무더기 결항 사태를 빚더니 12일 새벽부터는 한겨울에 때아닌 호우경보까지 발령됐다. 한라산 일원에는 최고 강수량이 146mm를 넘었다. 기록적인 폭우다.

12일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 산간에 호우경보가, 제주 남부에는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앞서 11일 오후에는 제주 전역에 강풍주의보를, 제주 모든 해상 등에 풍랑주의보를 내렸다. 또 제주공항에는 윈드시어(난기류) 경보가 발효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몇 십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공항 마비사태가 보름만에 한번 꼴로 벌어지자 한반도에도 기상 대이변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소 차분한 반응이다. 유근기 항공기상청 관측예보과장은 이날 오전 “우리나라 동쪽에 발달된 고기압이 위치해 있고, 서쪽에서 저기압이 다가오면서 기압 경도력(밀도)이 강해져 강한 바람이 불었다”며 “겨울철이 되면 이러한 난기류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고 말했다.

제주가 이 같이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이는 것은 바다와 육지 간 큰 온도차로 대기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다만 지난달 한파처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교수는 “난기류와 강풍은 겨울철에 생기는 소규모 국지적 현상으로 지구온난화와는 다르다”며 “비규칙적, 산발성으로 일어나 예측하기가 힘든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잦은 기상변화로 정확한 날씨 예측이 힘든 탓에 앞으로도 항공기 결항이나 지연 운항이 속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난기류 현상은 13일 밤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장기 설 연휴족에 주말 예약 관광객까지 몰릴 것으로 보이는 제주공항은 또 한 번의 혼잡이 예상된다.

실제 지난 11일 갑작스런 난기류와 강풍으로 한때 발이 묶인 승객들로 공항이 북새통을 이뤄 지난달 폭설 대란을 연상케 했다. 지난번과 같은 대규모 노숙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비상사태 발생 시 공항의 허술한 대응책은 이번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탑승에 실패한 승객 H씨(57)는 “바람이 너무 세서 결항됐다고 하는데 계속 기다리란 말만 해 화가 났다”며 “공항 주변에 마땅히 쉴 데도 없고, 몇 시간을 대합실에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을 위한 비상 메뉴얼이 없거나 걷돈다는 불만은 대설대란 당시에도 팽배했다.

권원대 국립기상과학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이러한 기상변화가 자주 발생하고 그 강도도 세질 것”이라며 “중앙정부가 큰 틀에서 대응책을 세우고, 지방자치단체는 공항 주변에 쉼터나 편의시설 등을 마련하는 등 각 지역 사정에 맞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