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9일(현지시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아웃사이더 돌풍’을 이끌어 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에는 ‘화법’이 크게 한 몫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명확한 공격 대상을 두고 거침없는 직설화법을 사용하는 선동가적 기질이 청중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샌더스와 트럼프를 “목소리 큰 포퓰리스트”(shouty populist)라고 규정하며 수사와 연설 스타일에 유사한 지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적을 분명히 하고, 해법도 단순명쾌하게 제시함으로써 유권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게 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표방하는 샌더스는 적은 대기업과 월가의 투기 세력 등 부를 독식하는 집단이다.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들을 홀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묻고 답하는 화법을 통해 청중들의 참여도 이끌어 낸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겨냥해 최근 클레어몬트 오페라하우스에서 진행한 연설이 대표적 예다. 그가 연설에서 “이 나라 복지의 최대 수혜자가 누굽니까?”라고 묻자 청중들은 한 목소리로 “월마트!”라고 외쳤다. ‘소득불평등’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비판과 공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확실하게 잡았다.
대안 제시도 명확하다. 부당하게 부를 독점하고 있는 세력의 재원을 빼앗아 필요한 만큼의 재산을 같지 못한 이들에게 나눠주면 된다는 것이다.
주립대 등 공립대학의 등록금을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샌더스는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여기에 필요한 연 750억달러(약 89조8100억원)는 월가의 투기 세력에 세금을 매겨 마련하겠다”고 말한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공격으로 치면 트럼프를 빼놓을 수 없다. 그의 독설 대상은 이민자부터 경쟁 대선주자까지 다양하다. 애매하고 안전한 ‘정치적’ 연설과 답변에 지친 유권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정치권은 어리석다’며 당차게 대권 경쟁에 뛰어든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들은 마약과 범죄를 들여오며 성폭행범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젭 부시는 활력이 떨어지고 에너지가 떨어진다며 조심스러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비판의 끝에는 ‘해법은 나’라는 자신감 넘치는 주장이 따라붙는다.
누구보다 ‘쉽게’ 말해 전달력이 높고 지지자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것도 그의 화법상 장점이다. 보스턴글로브가 사퇴자를 포함해 이번 경선에 나선 민주ㆍ공화당 후보 19명의 단어 선택과 문장구조 등을 분석한 결과 트럼프는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단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어휘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지율은 반대로 고공행진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주류 후보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쾌거까지 이뤄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