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세계 최대 경제블록으로 일컫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4일(현지 시간) 뉴질랜드에서 공식 서명되면서 이에 참여하지 않는 한국에 미칠 경제적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무역장벽 철폐를 통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인 TPP는 싱가포르, 브루나이, 칠레, 뉴질랜드,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멕시코, 베트남, 페루, 말레이시아 등 총 12개국이 참여했다. 이들 국가의 경제 규모를 더하면 세계 전체의 약 40%에 이를 정도다. 특히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 다수 포함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TPP 회원국의 정식 서명에 맞춰 협정문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우선, TPP의 발효에 따른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FTA 집중했던 韓, 日에 밀려 수출 타격 우려=한국은 이제껏 TPP가 아닌 양자 간 FTA 체결에 집중해왔다. 한국은 TPP 참여국 가운데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하고 미국ㆍ호주ㆍ칠레 등 상당수 국가와 이미 FTA를 체결해둔 상태여서 굳이 TPP에 발을 들이지 않아도 큰 타격이 없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석유ㆍ화학ㆍ전자ㆍ기계 등 우리와 주력분야가 겹치는 일본이 TPP 회원국 내에서 점차 영향력을 키워간다면 한국의 입지는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2013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TPP 참여 시 협정 발효 10년 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7∼1.8% 증가하지만, 불참 시에는 0.12%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례로 TPP 참여 시 연간 2억∼3억 달러의 무역수지 개선이 예상되지만, 불참 시에는 제조업분야에서만 1억 달러 이상 무역수지가 악화될 것으로 추정됐다.
또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도 한국을 빼놓고 TPP가 발효될 경우,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수출이 1.0% 줄고, 국내총생산(GDP)은 0.3%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2030년이 되면 TPP가 발효되지 않은 경우보다 참가국 GDP는 0.5~8.1%, 수출은 4.7~30.1%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수출 경쟁국인 일본은 GDP 2.5%, 수출은 23.2%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한국은 2030년 GDP와 수출이 각각 0.3%, 1.0%씩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우리 정부가 결국에는 TPP 참여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필리핀 등 상당수 국가가 앞으로 합류를 시도하게 된다면 TPP 가입에 ‘실기’한 정부의 고심은 더욱 깊어갈 수밖에 없다.
▶정부, 연내 가입 로드맵 수립=김학도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이날 “TPP 협정문에 대한 분석을 마쳤지만 새롭게 도입된 부분 등 의 경우 모호한 부분이 많다. 추후 분쟁 과정이나 협상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11월 TPP 협정문이 공개된 후 테스크포스팀을 꾸려 세부 내용을 검토해왔다. 30여 차례 민관 검토회의를 열었고 TPP 회원국인 뉴질랜드, 베트남과는 두 차례 기술협의를 진행했다.
김 실장은 이날 국영기업 규제, 환경분야 이슈, 전자상거래 등 기존 FTA와 비교할 때 새롭게 도입된 조항 중심으로 협정문 분석 결과를 설명하면서 향후 절차 등을 언급했다.
앞서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지난 1일 통상교섭 민간자문위원회에서 “TPP의 규범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연내 로드맵을 만들고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이 TPP에 참여하기 위해선 12개국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은 만만치 않다. 또 TPP에 가입하려면 국내에서도 TPP가 표방하는 ‘스탠더드’에 맞춰야 하는 산을 넘어야한다. TPP는 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지원을 막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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