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국제유가 폭락과 중국발 글로벌 금융시장 쇼크로 파생상품이 ‘국민 재테크 상품’에서 ‘국민 배신상품’으로 전락했다.
최근 저유가와 중국 증시 폭락에 일부 파생결합증권(DLS)와 주가연계증권(ELS)이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현재 파생상품 녹인에 따른 국내 투자자의 손실 규모가 수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DLS 같은 상품은 웬만해서 손실이 나지 않는 것 같지만 일단손실이 나게 되면 그 규모가 막대하다는 점에서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런 파생 상품을 ‘재테크 상품’으로 판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유 DLS 원금 전액 손실도 가능= 원유 DLS는 투자기간 동안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등 기준이 되는 국제 유가가 만기때까지 일정수준 이하(40~60%)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반대로, 만기때 국제유가가 기준치 이하로 내려가면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는 구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13일까지 만기상환된 원유 DLS 가운데 15개에서 370억원의 손실이 났다.
3년전 10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가 30달러 안팎으로 떨어진 탓에 최근 만기에 달한 상품이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저유가 추세가 오래 지속돼 만기 상환되는 원유 DLS가 평균적으로 50%가량의 손해를 보게 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투자자들의 손해액은 8000억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공모형 원유 DLS 889개의 발행 잔액은 지난 13일 기준으로 1조3804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녹인에 들어간 DLS는 455개, 8971억원 규모다.
이달만 해도 32개 원유 DLS의 만기가 도래하는데 원금 보장형 상품 5개를 뺀 나머지 27개 상품은 원금손실이 확정적이다. 오는 18일 만기인 ‘대우증권 DLS 1018’의 수익률은 -70%에 달할 전망이다.
▶국민재테크 ELS=‘지지 않는 해’라며 너도 나도 들었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 기초자산 ELS도 시한폭탄이다.
중국 증시 폭락으로 H지수가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하면서 일부 상품이 녹인을 터치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H지수가 7000선 아래로 밀릴 경우 8조원이 넘는 자금이 원금 손실 위험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ELS의 전체 발행 잔액은 67조2059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주식형 펀드(공모형) 설정액(12일 기준 60조4949억원)보다도 크다.
ELS가 특정 지수나 개별 종목이 일정 수준 이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은행금리+α’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중위험·중수익의 대표주자 격으로 자리매김한 덕분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3일 종가를 기준으로 H지수 기초 ELS 중 녹인배리어 아래로 떨어진 상품은 모두 144개, 규모는 1509억원에 달한다. 3년후 만기까지 H지수가 1만1000선까지 회복되지 않으면 지수 하락폭 만큼 원금 손실을 입게 된다.
H지수가 추가 하락할 경우 손실 발생 ELS 규모는 수조원대로 늘어나게 된다. 유안타증권은 H지수가 8000~8500일 경우 원금손실구간에 추가로 진입하는 ELS 규모는 6780억원, 7500~8000의 경우 1조6852억원, 7000~7500의 경우 2조2775억원, 6500~7000의 경우 3조6268억원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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