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7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지난 12월 한국 주식시장에서 팔아치워 현금화 했다. 한국이 든든한 ‘현금 인출기(ATM)’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유가가 급락하자 돈이 궁해진 중동 국가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시장에서도 중동 자금 순유출이 일어났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12월 7730억원어치를 한국 주식시장에서 팔아치워 현금화 했다. 11월에는 3083억원, 10월에는 1조8965억원 순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석달동안 한국 주식시장에서 팔아치운 사우디 자금은 3조원이 넘는다. 지난 한해로 보면 사우디가 한국에서 꺼내간 자금은 4조7240억원이다. 이 가운데 70% 가까운 자금이 지난해 연말 집중적으로 매도됐다.
12월 한달 동안 외국인의 매도 규모는 3조690억원이었다. 외국인 매도세의 5분의 1이 중동계 자금이었다는 얘기다. 사우디는 최고 매도국 리스트 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2위는 중국으로 지난해 12월 한달동안 한국 주식시장에서 5890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해 중동계 자금의 한국 증시 매도세가 거셌다는 점은 외인 상장주식 보유현황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 2014년 12월 사우디는 16조원 가량의 한국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2015년 12월에는 이 규모가 11조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금감원은 “사우디계 자금의 한국 증시 보유비중은 31.0% 낮아졌다”고 밝혔다.
순매수 상위국 1위는 미국으로 지난해 12월 2068억원어치를 한국 주식시장에서 사들였다. 2위는 버뮤다(620억원)였고, 3위는 바하마(399억원) 등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자금이 1조832억원 순매도세를 기록해 가장 많이 한국 주식을 팔아치운 곳으로 지목됐고, 유럽은 8523억원, 중동은 8323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매도세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대략 30% 가량을 차지했던 시총 대비 외국인들의 한국 증시 보유비중도 크게 낮아졌다. 12월 외국인의 한국 주식 보유 비중은 28.6%를 기록, 11월(28.9%)과 10월(29.3%)에 이어 석달 연속으로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
채권 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은 순유출됐다. 모두 8000억원 가량이 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갔는데, 국가별로는 말레이시아가 270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2467억원), 싱가포르(2274억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
최대 순투자국은 중국으로 4769억원을 한국 채권에 투자했고, 노르웨이는 2862억원, 스위스는 981억원을 순투자해 투자 상위권 국가에 이름이 올랐다.
채권시장에서도 중동 자금은 순유출 됐다. 지난해 11월까지 순투자 기조를 유지하던 중동 자금은 지난해 12월에는 1761억원 순유출로 전환됐다. 외국인이 보유한 상장채권 보유 규모는 101조4000억원을 기록해 전달 대비 6000억원이 줄어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