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여자스타들의 힘이 약했다. 방송ㆍ영화ㆍ가요계 전반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올해로 13년째를 맞은 ‘대중문화 파워리더’ 설문에서 여자스타들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영화계에선 유달리 여배우의 부재가 아쉬웠다. 지난해엔 배우 전지현이 브라운관 복귀작 ‘별에서 온 그대’(SBS)를 통해 30위에 올랐으나, 올해엔 영화 ‘암살’에서의 활약에도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물론 ‘충무로의 여성파워’ 전도연, 김혜수의 연기는 호평을 받았다. ‘칸의 여왕’ 전도연은 ‘무뢰한’에서 슬픔과 고독이 공존하는 술집 여주인 역을 맡아 관록의 연기를 선보였다. 김혜수는 ‘차이나타운’에서 조직 보스인 ‘엄마’ 역할로 폭넓은 연기를 펼쳤다. 다만 이들의 ‘티켓 파워’는 미약한 감이 있었다.
또 박소담ㆍ이유영과 같은 신예들이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다. 박소담은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악령에 씐 소녀 영신 역할을 맡아 말 그대로 ‘신 들린’ 연기를 보여줬다. 이유영은 영화 ‘간신’에서 강렬한 베드신 연기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신예들의 순위권 진입은 역부족이었다. 충무로의 고질적 여배우 가뭄을 해소해 줄, ‘한방’을 갖춘 여배우의 부재가 아쉬운 한해였다.
가요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해보다 신인 걸그룹이 많이 쏟아졌고, 또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폭발력은 없었다.
지난 2010년과 2011년 4위를 차지했던 소녀시대는 하반기 활약에도 불구하고 올해 공동 35위(봉준호ㆍ김준수ㆍ강동원)에 그쳤다. 전 멤버 제시카가 탈퇴하고 활동이 주춤한 듯 했지만 소녀시대는 ‘라이온 하트(Lion heart)’, 태연의 솔로곡 ‘아이(I)’, 유닛 태티서의 ‘디어 산타(Dear Santa)’가 잇따라 흥행했다.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벗기 시작하면서 올 한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아이유는 공동 39위(한성호ㆍ박진영), 지난해 ‘차트 역주행’으로 정상급 걸그룹에 올라선 AOA도 공동 41위(안석준)에 그쳤다. 여성 가수가 순위에서 사라진 현상은 걸그룹 팬덤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보이그룹의 강력한 팬덤에 비해 걸그룹에 열광하고 돈을 지불해 앨범을 사거나 공연에 가는 팬들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연예기획사들이 ‘남자 한류스타’ 양성에 힘을 쏟는 이유다.
방송가에선 이미 여성파워가 사라진지 오래다. 드라마 시장에선 배우 김태희가 연기력 논란을 피해가며 ‘용팔이’(SBS)의 흥행을 이끌었고, 황정음의 일취월장한 연기력이 ‘킬미, 힐미’와 ‘그녀는 예뻤다’(이상 MBC)의 성공을 다졌으나 두 여배우 모두 대중문화계에서 행사하는 권력은 미미했다. 예능가는 이미 남자스타 위주로 재편됐다. 국민MC 유재석이 한 축을 지키는 가운데, 수없이 쏟아진 예능 프로그램에선 남자들이 주인공이 됐다. 전통적으로 ‘여성의 영역’이라 믿었던 요리 프로그램을 장악한 것도 남자 스타들이다. 리모컨을 쥐고 있는 주시청층이 40대 이상의 여성들이라는 점이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여성들의 생활영역에서 우왕좌왕하거나 능숙하게 해내는 남자 스타들의 모습을 볼 때 시청자의 주목도가 높아진다는 점은 TV 콘텐츠의 변화를 이끈 요인이다.
고승희ㆍ김기훈ㆍ이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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