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에 대한 재정적 후원을 금지한 정치자금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국민의 정당 활동과 정치적 표현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게 그 이유다. 이로써 정당이 후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리게 됐다. 그렇게 되면 각 정당에 지급되던 국고보조금은 폐지 또는 전면 손질이 불가피하다. 정치 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헌재의 결정은 마땅히 존중돼야 하며 시대 흐름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정당은 전적으로 당원이 내는 당비와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야 정당간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하고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대부분 선진국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 개개인이 특정 정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이런 정치 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정신에도 벗어난다.

다만 헌법 위배 결정이 났더라도 2006년 현행 정치자금법을 개정한 취지만은 살려나가야 한다. 당시 법을 고치게 된 건 2002년 이른바 ‘차떼기’ 불법 대선자금 여파에서 비롯됐다. 정당 후원을 빌미로 상상을 초월하는 검은 돈이 오가며 형성되는 고질적인 정경유착과 금권정치의 고리를 끊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정치자금법 개정은 그 결과물인 셈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그 취지는 알지만 이는 일부 재벌기업과 부패한 정치세력에 국한된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볼 일은 아니다. 그 폐해는 국민 생활 전반에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헌재 결정을 악용해 정당과 정치권이 불법 정치자금 끌어모으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국민의 정서와 헌재 결정의 진의를 잘 헤아려야 한다.

차제에 정당 국고보조금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 정당운영비와 선거운동비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정당 후원금을 없애고 국고보조금을 주는 것은 “국민 지지를 얻는데 실패한 정당이 책임져야 할 위험부담을 국가가 상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연한 지적이다. 국고보조금이 정당의 자생력을 저해하고 정치인의 무사안일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당 후원금을 허용하면 거대 여당으로 돈이 몰리게 돼 야당의 반발이 거세질 게 자명하다.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지원 규모를 대폭 줄이고, 부당 사용에 대한 감시를 더욱 철저히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