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금은 ‘응팔’ 시대다. 1997년을 시작으로 1994년을 거쳐 1988년으로 시계를 돌린 ‘응답하라 1988’(tvN)은 또 다시 ‘국민 드라마’가 됐다.

방송사와 연예기획사를 넘나들어 요즘은 어딜 가나 ‘응팔’ 이야기다. 드라마엔 88학번이 나오지도 않는데, “내가 88학번”이라고 커밍아웃하는 업계 관계자부터, 자신이 88년도 쌍문동에 살았다는 방송사 PD이 고증도 들리고 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45세 이상. 방송 관계자들은 ‘응팔’의 흥행과 함께 한 가지 기정사실을 확인했다. “TV는 역시 중장년층을 겨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응답하라 1988’은 40대의 탄탄한 지지를 발판 삼아 케이블 역대 최고 시청률을 넘보고 있다.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도 우스운 상황이다.

‘응답하라 1988’은 지난 10월 30일 시청지도서(3.3%)로 출발, 11월 6일 첫 회에서 6.1%(닐슨코리아ㆍ유료플랫폼 가구(케이블, 위성, IPTV 통합) 기준)의 전국 시청률로 기록하는 것으로 안방에 안착했다. 첫 방송 시청률이 전작들보다 월등히 높다. ‘1997’과 ‘1994’의 첫 회 시청률은 각각 1.2%, 2.5%였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시청률 상승폭이 눈에 띈다. tvN에 따르면 2회에서 7.4%를 기록한 드라마는 3, 4회에선 앞자릿수를 바꿔 각각 8.4%, 8.7%를 써냈다. 5, 6회분에선 두 자릿수로 치고 나갔다. 5회가 10.8%, 6회가 10%였다. 이후 8회에서 12.2%를 기록한 드라마는 10회 13.9%를 기록했고, 20일 방송된 14회는 16%를 기록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17.4%였다.

나날이 사승세를 보이는 드라마에서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한 건 40대였다. 드라마의 40대 시청률은 1회 5.1%에서 시작해 서서히 상승세를 보이다 2회에서 평균 시청률 보다 높은 8.5%를 기록했다. 3회(7.6%)에선 다시 평균 이하의 수치를 써냈으나 10회에서 14.4%를 기록하며 평균을 뛰어넘었다. 이 기록은 전 세대를 아울러 최고 수치다.

40대 이상의 호응으로 드라마는 이미 2013년 12월 18일 종영한 ‘응답하라1994’의 최고 시청률(12%)을 진작에 뛰어넘었다. tvN 개국 9주년을 맞은 tvN 역대 최고 가구 시청률이며, 역대 최고 타깃 시청률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케이블 최고 시청률도 넘보고 있다. 지금까지 케이블 최고 시청률은 ‘공정사회’ 화두를 던진 허각을 우승자로 배출한 ‘슈퍼스타K’ 시즌2다. 시즌2의 결승전은 무려 18.1%를 기록했고, 순간 최고 시청률은 21%까지 치솟았다. 5년 전이었던 당시만 해도 종편 채널이 생기기 전이었으며, 미디어 환경은 지상파 방송3사 위주로 판이 짜였던 때다. 방송 관계자들은 “현재처럼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이 충돌하고, TV 시청자가 모바일로 대거 이동하는 환경에서 케이블 TV가 15% 이상의 시청률을 낸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말한다. 20부작으로 기획, 6회분을 남겨둔 ‘응팔’에게 ‘슈퍼스타K‘를 뛰어넘는 것도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응답하라 1988’의 상승세에 CJ E&M의 내부반응도 고무적이다. 단지 시청률 상승뿐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화제성은 물론 VOD 판매, 드라마 OST의 동반 인기가 두드러진다. 광고 판매로만 12월 한달 간 회당 최소 3억원을 벌어들였으며, VOD 판매 역시 마찬가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부로 계산했을 때 간접광고, 협찬광고를 제외하고도 12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셈이다.

드라마의 인기는 CJ E&M이 ‘콘텐츠 기업’으로서 추구해온 가치와도 맞아떨어졌다. 콘텐츠의 힘으로 사회 문화 트렌드를 이끌겠다는 포부가 ‘응팔’ 신드롬으로도 확인됐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옥션은 ‘응답하라 그 때 그 추억팔이’ 기획전을 마련해 복고 디자인의 패션용품과 가전을 할인 판매했고, 롯데제과는 가나초콜릿의 모델로 ‘응팔’의 여주인공 혜리를 발탁했다. 유통업계가 들썩이고, 패션업계에서도 복고열풍이 불었다. 드라마 한 편은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사회현상을 만들고, 변화를 이끌었다.

CJ E&M 고위 관계자는 “시청률은 물론 온라인에서의 화제성도 상당하다. 회를 거듭할수록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어 내부에서도 고무적이다”라면서도 “두려움도 적지 않다. ‘응팔’ 이후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시그널’을 시작으로 2016년 드라마 라인업이 좋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