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입법조사처 “총액벌금형제도, 형벌 효과 불평등…개선안 마련해야” - 벌금형 집행유예 제도 국회 본회의 통과할 지 여부 관심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재산형 중 하나인 벌금형 선고가 국내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사회 변화를 반영한 법ㆍ제도적인 개선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법부의 벌금형은 일정액의 총액만을 정해 선고하는 ‘총액벌금형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피고인 개개인의 경제사정을 고려하지 못하고, 형벌효과 또한 불평등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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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회 입법조사처와 법무연수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심 종국처리인원 기준으로 전체 23만3332명 가운데 9만5235명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비중으로는 40.8%를 기록했다. 1심 벌금형 선고가 10만명에 육박한 것은 2010년(9만6071명, 34.6%) 이후 4년만이다.

비중으로 살펴봐도 2011년 30.7%, 2012년 29.6%, 2013년 31.3%과 비교해 10%포인트 가량 늘어나는 등 비중과 활용 면에서 모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약식명령사건까지 포함할 경우 연간 100만명에 달하는 인원이 벌금형을 선고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벌금형 선고가 증가하고 있지만 피고인의 경제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총액벌금형제도의 개선 목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부유층은 벌금형을 선고받아도 돈을 내는 데 큰 부담이 없지만, 저소득층은 벌금을 내고 나면 더 큰 생활고에 시달려 다시 범죄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사법부는 경제적인 사정으로 벌금을 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벌금 대신 사회봉사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는 2009년부터 시행해왔다. 하지만 지난 10년 법원이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에게 일당 5억원짜리 ‘황제 노역’을 선고하면서 논란만 증폭된 바 있다.

논란 이후 대법원은 벌금 미납자의 노역장 유치기간 산정시 법관의 양형재량을 벌금 1억원 미만 선고 사건의 경우 일당 10만원, 벌금이 1억원을 넘을 경우 벌금액의 1000분의 1을 일당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당 상한을 제한하는 규정이 포함되지 않아, 고액벌금을 선고받은 자와 일반시민 간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는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조규범 국회입법조사처 법제사법팀 입법조사관은 “100억원의 고액벌금을 선고받은 부자 피고인의 노역장 유치기간을 1000일로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노역 일당은 1000만원에 달하게 된다”며 “일반시민의 환형유치일당인 10만원과 비교할 때 터무니없는 차이를 가져오게 돼 형집행의 불평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조 입법조사관은 벌금형 제도 개선을 위해 ▷행위자의 경제사정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고하는 일수벌금형제 도입 ▷법인에 대한 벌금형 상향조정 ▷자유형과 벌금형 비례관계로서 균형 맞도록 입법적 정비 ▷벌금형의 분납 및 연납제도 법률로 상향 규정 ▷벌금형 집행유예 도입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벌금형 집행유예 제도의 경우 현재 국회에서 구체적인 추진 작업이 한창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위원장 이한성)는 지난달 25일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해 현행법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형에만 선고가 가능한 집행유예를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대해서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정비 기간 등을 고려해 공포 후 2년 뒤 본격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수벌금제 도입 법안은 이날 소위를 통과하지 못해 대조를 이뤘다. 법무부 등이 “형벌의 불평등한 외관을 조장할 우려가 있고,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에 대한 정확한 소득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도입은 시기상조”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해 19대 국회 통과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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