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에 익숙하지만 도전은 한다. 하지만 사회에 대한 신뢰는 없다.”
일본과 세계가치관조사협회가 바라보는 한국 청년층의 자조적인 모습이다. 저성장의 늪에서 살인적인 구인난과 경기침체에 결혼은 물론 연예, 꿈마저 포기하는 ’헬조선‘ 한국 청년층의 자화상인 셈이다. 특히 여기엔 한국 청년층의 ‘헬조선’이 닮은꼴인 일본의 ‘사토리 세대’(さとり世代)와 달리 빨리 포기하고, 사회에 대한 더 많은 불만과 불신을 갖고 있다는 특징(?)도 들어 있다. 이래저래 씁쓸한 ‘헬조선’이다.
일본 주간지 JBpress와 뉴스위크 재팬은 최근 한국의 ‘헬조선’ 현상과 일본의 ‘사토리 세대’ 담론에 대한 분석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헬조선’이 한국 청년층의 사회담론을 포괄한다면 ‘사토리 세대(さとり世代)’는 일본 청년층을 가르킨다. 두 용어 모두 저성장시대가 양산한 구직난과 경기침체, 그리고 사회 불균형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
JBpress는 “한국 사회를 비관하는 청년 담론인 ‘헬조선’에 이어 부모의 자산에 따라 자신의 계층을 나눈 ‘숟가락 계급론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또 “한국 20~30대가 고안한 이 단어 속에는 자신의 노력보다는 부모의 재력에 의해 인생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젊은이가 많다”고 전했다.
특히 ‘헬조선’에는 도전과 불신이라는 복합적인 한국 청년들의 마음이 응집돼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도 도전은 하지만, 사회에 대한 그리고 미래에 대한 신뢰나 꿈은 없다는 얘기다.
실제 뉴스위크 재팬이 세계가치관조사협회의 ‘2014 세계 20대 가치관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과 일본 청년층의 도전과 사회에 대한 신뢰도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여실히 드러난다.
뉴스위크 재팬은 “일본 청년들은 더 이상 도전을 원하지 않는다”며 “사회적 통제와 자유로운 토론문화를 ‘건방지다’고 배제하는 관용없는 사회풍토가 사토리 세대를 양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까운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 한국의 경우, 초학력 사회에서 국내 취업이 어려운 외부적 환경으로 인해 한국 청년들은 모험을 지향하는 성향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세계가치관조사에 따르면 사회에 대한 신뢰도는 한국(26.5%)이 일본(35.9%)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는 “일본이 한국보다 사회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것은 희망적”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보수매체 BLOGOS는 8일 “한국 보수매체들은 ‘헬조선’을 ‘사토리 세대’와 비교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토리 세대’는 자신의 현재 여건에 맞춰 생활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부모의 자산으로 인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는 한국의 풍토와는 다른 현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본 직장인 이즈미(가명ㆍ29)는 “한국과 일본 청년이 공통적으로 사회에 회의적이지만, 일본 청년들은 그래도 사회를 신뢰한다는 점에서 한국 청년들과 다른 것 같다”며 “한국 친구들을 만나면 사회에 대한 불만을 자주 듣는데, 기본적으로 일본인들은 불평만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