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삼성그룹이 4일 오전 발표한 2016년 정기 임원 인사 내용을 보면 많은 행간을 내포한다.

일단 승진 사이즈를 줄였다. 이번 임원 승진자는 부사장 29명, 전무 68명, 상무 197명 등 총 294명이다. 지난해(353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삼성 임원 인사 승진자 숫자가 300명을 밑돈 것은 지난 2009년(247명) 이후 7년만에 처음이다.

삼성은 2008년(인사 적용연도 기준) 임원 승진자 223명을 배출한 이후 2009년 247명, 2010년 380명, 2011년 490명, 2012년 501명,2013년 485명, 2014년 476명, 2015년 353명의 임원 승진자를 냈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경영성과에 따른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원칙을 유지했다”고만 밝혔다.

업계에선 삼성 역시 생각외로 저조한 실적과 경영 환경 악화, 미래성장동력 창출의 어려움이 겹치다보니 승진 잔치만을 벌일 순 없었고, 이에 성과 보상을 최소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임원 퇴출자를 예년보다 많이 낸 것이 이를 방증하는 것이라고도 보고 있다. 삼성은 이번 인사 직전에 임원 20~30%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찬이라고는 하지만, 잔치 주인은 있는 법. 승진 잔치의 몫은 삼성전자 것이었다. 삼성전자의 임원 승진자는 111명으로 전체(294명)의 40%를 차지했다. 10명 중 4명의 승진자가 삼성전자에서 나온 셈이다. 과감한 발탁인사가 대거 이뤄진 곳도 삼성전자다. 삼성 측은 과감한 발탁 인사를 통한 조직의 역동성을 제고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에서 전자가 유독 약진하는 현상과 이번 인사와는 역시 관련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전자만 유독 잘나가는)이런 점에서 삼성의 고민도 있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한편 ‘승진 최소화’ 코드의 인사가 막상 발표되자 삼성 측은 침묵에 빠졌다. 경영성과에 따른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 원칙은 좋지만, 임원 승진자 축소에 따른 임직원 사기 저하가 표면화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 나왔다. 임원 퇴출자가 20~30%에 달한다는 소식도 여기저기서 나오자, 어수선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삼성 인사는 연말 다른 대기업에 늘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그 파급효과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말 인사가 진행될 롯데그룹, 이르면 다음주 인사가 있을 SK그룹 역시 ‘승진 최소화, 임원 대거 물갈이’라는 삼성 흐름과 색깔을 크게 달리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10대그룹 한 임원은 “삼성 인사 흐름을 보고 다른 기업들이 그대로 뒤따르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이런 점에서 올 재계는 ‘피(Blood)의 연말’에 노심초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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