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논란 양측입장 반영 일부선 폭탄 떠넘기기 비판 법조내부 갈등·고시 낭인은 큰 숙제로

2017년 폐지가 예정됐던 사법시험에 대해 3일 법무부가 4년간 연장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법조인력 선발을 둘러싼 정부의 입장이 명확해졌다.

이번 사법시험의 연장 방안은 사시 존치와 폐지를 주장하는 양측의 입장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사시를 준비해온 수험생들에게는 4년간 구제기간을 더 주는 한편, 도입 후 7년이 지났지만 국회의원의 청탁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 로스쿨에게 문제점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변호사 시험법 개정안 반대 전국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결의대회’에서 로스쿨 학생들이 사법시험 폐지와 로스쿨 제도 정착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변호사 시험법 개정안 반대 전국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결의대회’에서 로스쿨 학생들이 사법시험 폐지와 로스쿨 제도 정착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정권에 부담스러운 ‘폭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다음 정권으로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로스쿨 출신과 사법연수원 출신 간 깊은 골과 갈등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 하는 숙제도 던져줬다. ‘모두의 입장을 반영했지만 아무도 만족할 수 없는 방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식 2개 채널 선발을 통한 ‘기회의 사다리’ 연장=사시 폐지가 4년간 유예됨에 따라 한국은 오는 2021년까지 사법시험과 로스쿨이라는 2개 채널을 통한 법조인 선발이라는 현 기조를 유지하게 됐다. 이는 일본이 도입한 ‘2개 채널 선발’과 유사한 방식이다.

일본은 지난 2011년부터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우리나라의 로스쿨과 유사한 신사법시험 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옛 사법시험이 매년 합격자 수가 제한되고 합격률이 2~3%로 극히 낮은데다 수험기간이 장기화돼 폐해가 크다는 문제 때문이었다.

그러다 일본은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안은 사람들에게 ‘기회의 사다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이유로 같은 해 로스쿨 교육과정을 대체하는 ‘예비시험’을 추가로 도입했다. 로스쿨에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예비시험을 치르면 신사법시험 응시자격을 줌으로써 진입로를 둘로 나눈 것이다.

한국 역시 지난 2009년,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사법시험 준비생들을 위해 2017년까지 사법시험을 존치하고, 향후 변호사 예비시험 도입을 논의한다는 조항을 둬 일본식 ‘2개 채널’ 방식을 도입해 유지해 왔으나 사법시험 폐지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폭탄 떠넘기기’에다 로스쿨 침체ㆍ법조갈등 해결 숙제=문제는 이번 방안이 현재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다음 정권으로 폭탄을 떠넘기는 방식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번 법무부 안이 국회를 통과해 확정되면 사법시험은 다음 정권에서나 폐지되게 되는데, 그때 되면 양측이 실력행사를 통해 다시 한번 현재안을 개정하려 들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이원화 정책 유지가 로스쿨 제도의 도입취지를 훼손하게 된다는 것도 문제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이 2013년 5월 법무부의 의뢰로 펴낸 ‘각국의 변호사자격 취득절차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이원화 정책 탓에 로스쿨제도가 와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스쿨 출신과 연수원 출신 법조인 간의 갈등 해결도 숙제로 남는다. 현재 로펌 등에서는 변호사의 출신에 따라 선발 및 연봉에 차등을 주는 등 실질적인 차별이 발생하고 있어 양측의 대립이 적지 않은 상황인데, 사법시험이 연장되면 갈등의 폭과 골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고시낭인 양산, 대학교육 황폐화, 법조인력의 다양성 취약 등 기존의 사법시험이 가진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도 숙제로 남는다.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