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푸드빌 ‘앉은뱅이 밀’ 메뉴 개발 농가 지원 이마트, 국산 신품종 배추 직거래 판로 확장
서구에서 조경용으로 인기가 높은 식물 가운데 ‘미스김 라일락’이라는 것이 있다. 당초 우리나라 토종식물이었던 수수꽃다리에 이런 독특한 이름이 붙은 것은, 미군정기 한 미국인이 이 씨앗을 채집해 본국으로 가져간 뒤 해당 이름으로 종자 특허출원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오히려 한국이 거액의 로열티를 주고 이 종자를 수입하는 상황이다.
미스김 라일락처럼 토종 종자가 국내에서 외면받아 권리를 빼앗기는 일을 막기 위해 외식ㆍ유통업계가 팔을 걷고 나섰다. 업체들은 해당 식물을 사용한 메뉴를 개발하거나, 판로를 열어줌으로써 우리 땅에서 토종 종자가 계속해서 자라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약성서에서 대홍수로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을 실은 ‘노아의 방주’처럼 ‘종자의 방주’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CJ푸드빌의 한식 뷔페 ‘계절밥상’은 그 대표 사례다. 계절밥상은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사라져가는 토종 식재료를 발굴해 메뉴로 만들고, 해당 재료를 생산하는 농가가 다양한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협업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예로 기원전 300년 전부터 우리나라 땅에서 자라온 ‘앉은뱅이 밀’을 들 수 있다. ‘앉은뱅이 밀’은 특유의 구수한 맛이 특징이며 키가 작아 비바람에 꺾이지 않고 병충해에도 강해, 동남아시아ㆍ중남미의 저개발국가에 보급돼 기아를 구제했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값싼 수입 밀에 밀리는 바람에 재배하는 농가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계절밥상은 지난해부터 경남 진주의 ‘보리몰 마을’과 앉은뱅이 밀을 직거래해 밀밥, 옥수수지짐이 등의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갔던 귀한 식재료 ‘동아(冬芽)’도 그렇다. 늦가을에 성숙해 첫서리가 내린 직후 수확하는 이 채소는 수분이 많고 식이섬유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줄기에 가시가 많아 해충이 접근을 못하는 덕에 친환경 무농약 식재료지만, 현재 전라남도 지방에서 드물게 재배되고 있다. 계절밥상은 17년째 전통 방식으로 동아를 재배하고 있는 전남 광주의 ‘황금농원식품 농장’과 직거래를 통해, 된장국과 겉절이 등의 메뉴로 개발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역시 ‘국산의 힘 프로젝트’를 통해 국산 종자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마트는 명맥이 끊겨가는 종자보다는 국내에서 새로 개발한 품종의 판로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양파ㆍ양배추 등 국내에서 유통되는 주요 채소들의 대부분이 비싼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수입 종자인데, 애써 새로 개발한 국산 종자가 있음에도 농가는 이를 재배하기를 꺼린다. 새로운 종자로 상품을 내놓았을 경우 판로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에 이마트는 국산 우수 종자 농산물이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지 않고 조기에 시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유통망 지원에 나서고 있다. 양파ㆍ양배추ㆍ배추 등을 계약재배해 농가의 부담을 덜어주고, 다양한 국산 종자 상품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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