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보건복지부의 금연 광고 영상의 한 장면. 담배를 사러 온 청년이 점원에게 “후두암 1㎎ 주세요”, “폐암 하나, 뇌졸중 두 개 주세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 장면을 보는 또 다른 자아는 담뱃갑 속에 갇혀 “그래서는 안 된다”며 절규한다.

정부의 금연 공익광고가 18일부터 시작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에게 담배라는 제품이 결국 질병이며, 질병을 아무렇지 않게 사고 있다는 점을 호소하기 위해 이런 광고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담뱃값에 새겨져 있는 문구이기도 하다.

광고 내용을 접한 흡연자들은 “질병이면 나라에서 대체 왜 파느냐. 판매 금지를 시킬 것도 아니면서 뻔뻔한 광고”라고 비난한다.

정부가 담배 판매를 허용하면서도 ‘질병이니 이용하지 말라’고 권하는 아이러니가 이 광고에서 극에 달한다는 지적이다.

흡연자 유성진(30ㆍ가명) 씨는 “술의 경우 ‘과한’ 음주가 해롭다고 하지만 흡연은 과도함과는 상관 없이 그 자체가 질병의 원인이라는 건데, 질병의 원인을 판매하도록 허가하고 세금을 거둬 들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흡연이 실제로 폐암 등 질병의 원인이 맞는지조차 국가 기관의 판단이 다른 게 현실이다.

“담배는 결국 폐암이자 후두암”이라는 행정부(복지부)와 달리 사법부(법원)는 흡연과 폐암 등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적이 없다.

지난 5월 헌법재판소는 흡연 피해자와 의료인 등이 담배사업법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현재로서는 담배와 폐암 등 질병 사이에 필연적인 관계가 있다거나 흡연자 스스로 흡연 여부를 결정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성이 높아서 국가가 개입해 담배의 제조나 판매 자체를 금지해야만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흡연과 폐암의 인과 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폐암 환자와 유족들이 국가와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담배회사 손을 들어줬다.

반면 미국·캐나다 등의 사법부는 담배회사들이 ‘질병을 파는’ 책임을 인정해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과도하게 지출된 의료비를 반환하라는 주정부 등의 손해배상소송에서 패배한 담배회사들은 실제로 엄청난 배상금을 지불하고 있다.

미국의 46개 주정부와 담배회사가 합의한 배상액만도 2060억달러(220조원)에 이른다.

한편 최근 복지부가 주최한 ‘담배규제 정책포럼’에서는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이들에게부터 담배 판매를 금지하자”는 주장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알란 조너선 베릭(A.J. Berrick) 싱가포르예일대 교수는 “전 세계 담배회사들은 청소년 등 자라나는 어린 세대를 새로운 흡연자로 만들어 고정고객으로 유치하고자 혈안이 돼 있다”며 “청소년 집단의 흡연을 막으려면 ‘담배 없는 세대’ 정책을 통해 담배를 사는 게 금지되고 흡연이 평생 ‘논외 사항’이 될 것이라는 점을 널리 인식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최근 호주의 태즈메이니아주는 ‘담배 없는 세대법’(Tobacco Free Generation Act)을 채택해 담배제조ㆍ판매업자가 이 세대에게는 담배를 팔거나 대여, 선물 등을 통해서도 제공하지 못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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