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모으며 안방을 사로잡았던 인기 드라마 MBC ‘그녀는 예뻤다’가 지루해졌다. 드라마의 핵심코드를 통한 갈등이 모조리 해결되자 시간 늘이기에 나선 탓이다.
숨은 첫사랑이라는 퍼즐 조각 하나를 찾기 위해 달렸던 ‘그녀는 예뻤다’는 방송 11회차에 첫사랑 찾기를 끝내고, 사랑과 우정 사이에 갈등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다 지난 28일 방송된 12회분을 통해 모든 갈등의 봉합과정을 그렸다.
사실 이 드라마의 인기는 상당하다. 4%대로 출발, 빠른 시청률 상승세를 보였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중계로 인해 드라마가 결방하자 시청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고, MBC는 급기야 가을야구 중계를 케이블로 넘기며 드라마를 내보냈다. 최고 시청률은 지난 22일 방송된 11회차였다. 17.7%(닐슨코리아 집계)까지 치솟았던 이날 이후 방영된 12회는 16.5%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숨고르기’ 상황이다. 시청률도 스토리도 그렇다.
이날 방송은 그간 달려왔던 모든 상황을 마무리하는 데에 집중했다. 종영을 앞둔 미니시리즈가 해왔던 방식이다.
드라마에선 첫사랑을 찾았으나 갈등이 남아있었다. 사랑과 우정 사이의 갈등이다. 어린시절부터 함께 해온 연인같고 가족같은 단짝 민하리(고준희)의 마음이 다칠까 두려워 성준(박서준 분)과 거리를 유지하는 혜진(황정음 분)의 갈등이었다. 전회 마지막 장면에서 혜진은 이미 죄책감에 말도 없이 떠난 하리를 찾아나서다 인천공항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았다. 12회에선 드라마 초반부에 이들의 우정을 보기 좋게 돌려놓으며 상황을 정리했다. 이후 무려 50분에 가까운 분량은 성준에게로 가는 혜진의 애타는 마음을 그리는 데에 집중했다. 물론 그 사이에 혜진을 짝사랑하는 신혁(최시원 분)의 마음 역시 정리되는 장면이 담겼다.
하지만 이 50분에 달하는 분량에선 드라마가 가열차게 달려오는 과정에서 안긴 재미요소를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작하기 전 연인들의 감정교류가 풋풋하게 그려지며 설렘을 안겼고, 하루빨리 숨은 첫사랑 혜진을 성준이 알아보길 바라는 안타까운 시청자의 마음은 이미 11회에서 충족됐다.
제작진은 애초부터 사랑과 우정을 공평한 분량으로 보여주겠다고 했기에, 하리가 혜진인 척 성준을 만나고 첫사랑의 존재가 밝혀진 뒤 다가올 상황은 이미 예고된 갈등이었다.
갈등을 풀고 멀리 돌아온 첫사랑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혜진의 50분은 하지만 긴장감 떨어지는 장면들을 이어붙인 시간 늘이기에 불과했다.
늦은밤 혜진의 집앞을 찾아가 서성이다 자신의 스카프를 동네 개의 목에 매주고 돌아간 성준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한 혜진은 짧은 기다림에도 안달이 나는 상황이었으나 그 장면을 보는 시청자는 늘어지는 전개에 지루할 뿐이었다. 소머즈처럼 혜진의 목소리를 듣고, 우연히 지나다가도 서로의 모습을 귀신같이 찾아냈던 이전 모습을 떠올린다면 억지스러운 엇갈림이었다. 당연히 그 모습이 안타깝고 초조할리 없다.
결국 마지막 장면은 성준과 혜진의 입맞춤이었다. 이 하나를 위해 같은 동선 안에 있으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애틋한 남녀의 모습을 50분 내내 보여준 셈이다.
이미 초반 흥미요소를 다 써버렸으니 보여줄 수 있는 로맨스의 영역은 한계가 다다른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드라마에선 아직 밝혀져야 할 게 두 가지가 남았다. ‘하루키’인지, ‘한국의 40대 아줌마’인지 소문만 돌고 있는 베일에 쌓인 스타작가의 존재와 재벌2세 김모씨다. 제작진은 이미 몇 차례 복선을 드라마에 심어놓았기에, 남은 3회차에선 폐간 위기에 놓인 모스트의 부활과 두 가지 비밀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를 설레게 했던 혜진과 성준 커플의 본격 로맨스도 드라마에 나오겠지만 10분이면 끌날 두 사람의 관계를 지부진하게 늘이며 시간 떼우기에 집중한다면 잘 나가던 드라마도 결국 ‘용두사미’ 오명을 쓰게 된다. 아직 3회분이나 더 남았다는 것이 소스를 다 써버린 ‘그녀는 예뻤다’가 맞은 위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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