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기억하지 못한 추억생각하며 한바탕 웃고나면 나도 모르게 힐링 옛날 드라마·옛친구 모임등 즐겨
파주의 한 출판사에 다니는 이모(31ㆍ여)씨의 요즘 낙은 주말에 옛날 드라마를 챙겨보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대학생 때 즐겨봤던 드라마를 모아둔 외장하드까지 장만했을 정도다.
이씨는 “친구들과 옛날 드라마를 소재로 얘기를 하면 내가 미처 기억하지 못한 추억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한바탕 웃게 된다”며 “삭막한 현실을 떠나 힐링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씨처럼 새로운 취미를 갖거나 새 사람을 만나기보다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을 찾는 현대인들이 늘고 있다. 팍팍한 현실을 견딜 만하게 하는 한 가지 방편으로, 과거 회귀 현상이 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직장생활 9년차 박모(36)씨는 요즘 회사에서 “얌전해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예전의 박씨는 주말에 회사 동료나 거래처 사람과 어울리는 걸 마다하지 않은 외향적인 성격이었지만, 요즘 그런 약속을 잡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박씨는 대신 연락이 뜸했던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와 가볍게 술 한잔 하는 자리를 즐긴다. 몇 명은 등산 모임을 만들어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서로 얼굴 본다.
그는 “결혼도 하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이들끼리 얘기를 하다 보면 새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게 무척 피곤하다는 말이 나온다”며 “서로 못난 면도 잘 알고 있는 오래된 친구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든다”고 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20∼50대 남녀 2000명을 설문한 결과 10명 중 9명(92.4%)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과거보다 팍팍해진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응답에는 성별(남 91.8%, 여 93%)과 연령(20대 92.4%, 30대 94.6%, 40대 91.8%, 50대 90.8%)에 따른 차이가 거의 없었다.
조사대상 10명 중 9명(85.8%)은 “사회가 불안할수록 옛것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10명 중 7명(73.9%)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건 지금이 힘들고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세태는 방송과 음악 같은 문화 분야에서 복고 문화 열풍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지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