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경제학자론 23년만에 노벨경제학상 수상… 경제성장의 성과 집약한 ‘위대한 탈출’ 대중적 관심

“다른 사람의 부(富)나 행운이 나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를 비판하거나 우려해선 안됩니다. 문제는 우리가 복지의 한 측면, 즉 돈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다른 요인들, 예컨대 민주사회에의 참여라든가 교육 여건이나 건강의 개선, 또는 자신이 부를 추구하는 다른 사람의 희생양이 되지 않는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장자로 선정된 미국 프린스턴대의 앵거스 디턴(70ㆍ사진) 교수가 최근 영국 가디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한마디에 오늘날 국제사회의 최대 이슈이자 그의 주요한 연구성과인 ‘불평등’에 대한 견해가 집약돼 있다.

그는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인간이 빈곤과 질병에서 벗어났으며, 이 과정에서 불평등이 성장의 동력이 됐다고 주장한다. 이는 ‘21세기 자본’이란 저서를 통해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이 확대됐다는 토마 피케티의 주장과 대립되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디틴 교수는 불평등이 공공서비스나 민주주의의 위축 등 부작용을 낳기도 하지만, 이는 성공적인 기업가 정신의 결과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공이 불평등을 가져오는 것이며, 그 성공을 배척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고, 불평등 완화를 위해 고율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디턴 교수는 1945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소비자 수요모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33세때인 1978년 미국 계량경제학회가 수여하는 ‘프리시 메달’을 수상했고, 2007년에는 미국 경제학회 회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소비자 행동분석에서 시작해 건강, 복지, 해외원조와 경제발전 등 미시ㆍ거시경제는 물론 개발경제학에서 연구 업적을 쌓아왔다. 특히 소득이 증가할수록 소비가 늘어난다는 기존 견해와 달리 소득증대가 동일한 소비증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이른바 ‘디턴의 역설’을 주장해 주목을 끌었다. 경제정책에서 개인 소비선택의 중요성을 규명한 것으로, 공공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경제학과 소비자 행태(Economics and Consumer Behavior)’, ‘소비의 이해(Understanding Consumption)’ 등의 저서를 냈고, 2013년 경제성장의 성과를 집약한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 건강, 부와 불평등의 기원’을 펴내 대중적 관심을 끌었다.

이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