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색 죄수복 갈아입고 신분확인 출입구마다 금속탐지기 냉골 바닥엔 한기 가득 “죄 짓고는 못산다” 실감

남서울 천왕산의 거친 가을 바람은 흐린 날씨를 만나 더욱 을씨년스럽다. 결국 천왕동 남부교도소 앞길에 이르자 비를 뿌린다. 구슬프게 가을비가 내리던 26일은 영화 ‘신세계’의 대사 처럼 “감옥 가기 딱 좋은 날”이었다.

“끼기기깅, 철컥.”

서울남부교도소의 육중한 철문이 열렸다.

26일 법무부에서 주재한 ‘수용자 체험’에 참여한 본지 김진원 기자가 서울 남부교도소에서 모포와 식기를 받아 이동하고 있다.
26일 법무부에서 주재한 ‘수용자 체험’에 참여한 본지 김진원 기자가 서울 남부교도소에서 모포와 식기를 받아 이동하고 있다.

“이제 담배도 피시면 안되고 핸드폰도 전부 전원 끄셔야 합니다”라는 교도관의 말이 등 뒤에서 들린다. 평소 담배 안 피는데, 갑작스레 흡연욕구가 치솟는다. ‘체험’일 뿐인데, 군 입대 때의 서너배 긴장감에 심실이 쫄깃해진다.

‘교정의 날 70주년’ 기념 ‘일일 수용자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출입 기자가 손을 번쩍 들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잠시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됩니까. 긴장이 되서….” 마치 꽃샘추위에 입학하는 초등생 처럼 우르르 그를 쫓는다. 신입자교육실로 이동했다. 옥색 죄수복을 갈아입고 신분 확인을 시작했다. ‘수용번호 7002번 김진원’이다. 밥ㆍ국ㆍ찬 그릇을 파란색 모포 위에 포개 받았다.

이어 2열종대로 수용거실로 이동했다. 취재과정에선 권력자에게 조차 짐짓 무례를 행하기도 하는 기자들이 훈련병 처럼 행진한다. 발을 맞춰야할 것 같다는 의무감이 들 정도로 긴장한 탓이다.

복도천장에는 CCTV 카메라가 줄지어 있었다. 금속탐지기는 출입구 마다 붙어 있었다. 수용거실 하나당 4명씩 들어갔다. 12.01㎡ 크기에 복도로 창문이 크게 뚫려있었다. 나무로 된 사물함은 천으로 가리워져 있었다. 구석에 위치한 화장실은 허리까지만 시멘트벽이고 그 위는 투명아크릴 이었다. 자해를 막기 위해 거울 역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감방 동료의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모습을 마주해야 했다.

26일 법무부에서 주재한 ‘수용자 체험’에 참여한 기자들이 창살 너머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26일 법무부에서 주재한 ‘수용자 체험’에 참여한 기자들이 창살 너머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냉골인 바닥에 한기가 올라왔다. 엉덩이가 시려 나 혼자 모포를 슬며시 깔고 앉으니, 교도관이 경을 친다.

감방 구석구석을 살피던 것도 한계가 왔고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 찬바람이 가슴팍으로 밀고 들어왔다. 국방부시계(군복무)보다 법무부 시계(감방생활)가 더 느린 것 같다.

식사 시간이 됐다. 수용도우미가 수레를 밀고 복도로 왔다. ‘콩밥인가?’ 된장국과 제육볶음, 김치를 반찬그릇에 담겨 창살 아래 난 직사각형 구멍으로 들어왔다. 밥은 예상을 뒤엎고 흰쌀밥 이었다. 인권에 기반한 최소한의 복지였다. 점심 식사 시간엔 교정방송 라디오가 흘러나왔다. 여성 DJ가 사연을 읽었다.

“같은 방에 있는 형이 다음주 출소 입니다. 그동안 정도 많이 들었는데 아쉽네요. 밖에서도 잘 살길 바라고 형이 좋아하는 ‘금잔디’ 신청합니다”

운동시간이 됐다. 사방이 막힌 운동장엔 족구 네트 4개와 절반짜리 농구코트가 있었다. 흙바닥에 먼지를 날리며 족구 한판 했다. 할당된 30분이 지나도 신입들이 운동장을 비켜주지 않자 다른 동 수용자들이 “운동장 언제까지 쓰실 겁니까”하고 소리쳐 물었다. 험악한 상황이 될 뻔 했다. 오후 일과를 마치고 출소 시간이 다가왔다. 과거엔 자정에 출소시켰지만 가끔 문제가 생겨 요즘 새벽 5시 첫차시간에 맞춰 내보낸다고 했다.

들어오면서 낸 소지품을 받았다. 교도관들과 작별 악수를 한뒤 차가운 밤공기를 맡았다. 육중한 철문이 닫혔다.

들어갈때 보지 못한 글귀, 나올때 보았다. “오늘을 견디면 내일이 밝습니다”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 했다. 죄와 벌, 그리고 착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가 비수처럼 심실에 꽂혔다.

김진원 기자/


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