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교과서 국정화’ 홍보 위해 ‘유관순 동영상’ 제작ㆍ공개…“작년 교과서 8종 중 2종 유관순 누락”

금년版도 일부 여전히 부실…진보 “유관순, 친일파 만든 영웅” 의심 vs 보수 “反美 집필진, 유관순 격하”

유관순 항일 행적 판결문서도 확인…日ㆍ北 교과서에도 실려 …“北서도 유관순 몰라” 진보 주장과 달라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교육부는 최근 제작ㆍ공개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홍보용 ‘유관순(1902~1920ㆍ사진) 열사 동영상’을 통해 “유 열사 관련 내용이 빠졌거나 부실하게 기술돼 있다”고 현행 검정 한국사 교과서들을 문제 삼았다. 동영상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시판된 한국사 교과서 8종 중 2종은 유관순을 빠뜨렸고, 2종은 사진 없이 이름 등만 언급했다.

올해 새로 나온 검정 교과서들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들 교과서는 유 열사를 모두 다뤘지만,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사학계와 교육계 등에서 나오고 있다. 3ㆍ1운동 당시 유 열사가 일제가 가장 경계한 인물이었고, 부모가 살해되는 등 일가족이 심각한 고초를 겪었다는 대목은 아예 없다.

이는 유 열사의 항일 행적을 바라보는 보수와 진보 진영 학계의 시각 차 때문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유관순이 친일파에 의해 만들어진 영웅이라는 최근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 반면 보수 진영과 유 열사 관련 단체에서는 ”대부분 진보 성향인 교과서 집필진이 유관순을 깎아내리기 위해 교과서에서 뺐다“고 맞서고 있다ㅣ.

▶올해版 고교 교과서 모두 유 열사 언급했지만…일부 여전히 내용 빈약=지난해 보급본 교과서 중 유 열사가 전혀 기술되지 않은 2종은 두산동아와 천재교육 교과서다. 당시 집필진은 “초ㆍ중학교 교과서에 충분히 수록돼 있어 교과서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올해 보급된 판본에서는 모든 교과서가 유 열사의 사진을 게재했다. 열사의 항일 운동에 대한 서술도 일부 보강했다. 특히 유 열사 기술이 전혀 없었던 두산동아 교과서는 ‘생각 넓히기’ 꼭지에서 서대문형무소에 갇힌 유 열사의 사진과 생몰 연대를 새로 실었다. 지난해까지 유 열사를 언급하지 않았던 천재교육도 3ㆍ1운동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검정 교과서들 중 유일하게 유 열사의 사진을 싣지 않았다.

반면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는 유관순 기술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검정인 지학사의 중학교 역사2 교과서는 유 열사의 사진과 함께 독립운동가로 3ㆍ1운동 당시 만세 시위에 참여했다가 일제 경찰에게 고문을 받고 순국했다고 서술했다. 다른 중학교 국사 교과서 8종도 비슷한 수준으로 다뤘다.

▶“유 열사, 친일파가 만든 영웅” 의심 vs “反美 성향 집필진, 유 열사 깎아내려”=이렇게 초ㆍ중ㆍ고교 교과서가 모두 유관순 열사를 수록했음에도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기술 분량과 공적 수위를 놓고 보수와 진보 진영의 시각 차이가 워낙 뚜렷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교과서 발행체제 토론회’에서 김정인 춘천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북한에서는 유관순을 모르고, 우리 교과서에도 1950년대에야 들어갔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유관순의 항일 공적이 과장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반면 보수 진영은 집필진이 진보 성향인 대부분의 역사 교과서가 유 열사의 공적을 평가절하하거나 형식적으로 서술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곽정현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 명예회장은 “열사가 기독교인이고, 미국인 선교사가 세운 학교를 다녔다는 사실 때문에 반미 성향의 집필진이 열사를 깎아내리면서 교과서에서 뺀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열사 항일 행적 당시 판결문에서도 확인…日ㆍ北 교과서에도 실려=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독립운동 여부가 논쟁으로 부각되고 있는 유 열사의 항일 행적은 판결문과 형무소 수형기록 등에서 충분히 입증된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1919년 6월 30일 유관순의 항소심(경성복심법원) 판결문은 3ㆍ1운동 공적을 자세히 보여준다.

판결문은 “유관순은 경성에 있는 이화학당 생도인데, 다이쇼(大正) 8년(1919년) 3월 1일 손병희 등이 조선독립선언을 발표하고 (중략) 같은 해 4월 1일 천안군 갈전면 병천시장(아우내장터) 개시를 틈타 조선독립시위운동을 할 것을 계획하고, 자택에서 태극기(압수품 1호)를 만들어 이를 휴대하고 시장으로 달려가 무리를 지어 조선독립만세라 외치고 독립운동을 함으로써 치안을 방해했다“도 적시하고 있다.

유 열사는 일본과 북한 역사 교과서에서도 실려 있다. 지츠교출판(實敎出版)이 올 1월 발행한 ‘고교일본사B’ 교과서 중 ‘조선ㆍ아시아의 민족해방운동’을 다루는 항목에 조선의 3ㆍ1운동과 함께 유관순에 관한 설명이 있다. 이 교과서는 한국 헌법에 3ㆍ1운동이 언급된 사실을 소개하면서, 서울 탑골공원에 유관순의 모습을 새긴 부조 작품이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도 유 열사 관련 내용을 가르친다. 진보 진영 주장과 상이한 내용이다. 북한 고등중학교 4학년 역사 교과서 ‘조선력사’ 2000년판을 보면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이 평양 학생들의 독립운동에 영향을 미쳤다고 기술하면서 유관순을 함께 언급한다. “충청남도 천안군에서 반일 봉기의 앞장에서 싸우다가 일제 경찰에게 체포된 16살의 녀학생인 류관순은 재판정에서도 재판의 부당성을 견결히 단죄하였으며 감옥 안에서도 굴함 없이 싸우다가 희생됐다”고 서술돼 있다.


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