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 경쟁력 조사 결과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26위를 차지했다. “11위(2007년)까지 했던 나란데...”하면서 여기저기서 한숨이 새나온다.
특히 금융 분야는 거의 죄인 취급을 당하고 있다. 전년보다 7계단이나 떨어진 87위를 기록하면서 금융이 국가 경쟁력 순위를 갉아 먹었다는 지탄이 쏟아졌다. 금융분야 순위만 보면 한국은 심지어 네팔(72위), 부탄(86위), 우간다(81위) 보다도 경쟁력이 낮다.
“관치금융” “은행갑질” 등을 운운하며 당연한 결과 아니냐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간다 등과 같은 나라보다 못하다는 것은 너무 과하다 싶다. 금융시장 인프라 등만 비교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순위다.
WEF의 경쟁력 조사가 과연 실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할까 싶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실제로 WEF의 조사 방식을 보면 총점의 87.5%가 자국 기업인의 주관적 만족도로 평가되고 설문 내용도 포괄적이다. 즉 국내 기업인들에게 “금융서비스 가격은 적정한가?” 등을 물어 한국 금융의 점수를 매긴 셈이다.
금융회사의 오랜 갑질에 시달려온 기업인들이 좋은 점수를 줄 리가 없다.
지난 3월 임종룡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현장 점검반 가동’, ‘그림자 금융 척결’ 등 금융 개혁에 매진해온 금융당국으로서는 억울 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조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관련 보도자료를 뿌린 것은 이 같은 심정을 대변한다.
하지만 WEF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민간포럼이라는 점에서 간단히 무시할 수만은 없다. 설문 조사 방식의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순위가 거듭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도 안된다.
특히 이번 조사가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개혁을 국민들이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앞으로 기업인을 비롯한 국민이 금융개혁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인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에 결과가 나온다면 개혁이 아니다. 밑바닥부터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가 내년 평가 결과에서는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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