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지난해 2월 이후 20여개월 만에 성사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남북은 일촉즉발의 군사적 대치 끝에 만난 판문점 고위당국자 접촉을 통해 가시적 성과로 다음달 20~26일 금강산에서 이산상봉을 갖기로 합의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북한은 북한인권법과 대북전단을 빌미로 이산상봉 무산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북한은 여야가 논의 중인 북한인권법과 관련해 ‘반공화국 인권 모략소동’이라며 이산상봉과 연계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북한에서 이산상봉 실무를 담당하는 적십자회 중앙위원회는 지난 23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조선 여ㆍ야당이 국회에서 그 무슨 ‘북인권법’을 조작해보려고 날뛰고 있는 것은 일촉즉발의 위기를 타개하고 화를 복으로 전환시킨 북남사이의 화해와 완화의 흐름을 대결로 되돌려 세워보려는 노골적인 도발”이라며 “민족의 통일지향에 대한 전면적 도전행위”라고 비판했다.
담화는 또 “남조선 정상배들의 ‘북인권법’ 조작놀음은 오랜 세월 갈라져 사는 가족, 친척들의 고통과 아픔을 덜어주기 위한 우리의 뜨거운 민족애와 적극적인 노력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라며 이산상봉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탈북자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도 이산상봉 무산 가능성을 시사하며 반발했다.
이와 관련, 북한 대외선전용매체 우리민족끼리는 편집국 명의의 ‘북남합의 기둥에 도끼질하는 망동’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동족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고취하는 너절한 삐라장들이 날리는 하늘 아래서 북과 남의 흩어진 가족, 친척들이 어떻게 만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북한이 2013년 9월 추석 계기 이산상봉 때는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내세워 불과 나흘 전 일방적으로 연기하고, 작년 2월에도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험로를 겪게 했다는 점에서 이번 이산상봉 역시 파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강행하려는 장거리로켓 발사는 이산상봉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미국 CNN에 장거리로켓 관제소인 평양 위성관제종합지휘소까지 공개하며 장거리로켓 발사 의지를 과시했다.
위성관제종합지휘소 책임자인 김광성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곧 쏘아 올릴 위성은 지구관측용”이라고 말해 장거리로켓 발사가 임박했음을 공언했다.
문제는 북한의 과거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 제재에서 추가 장거리로켓 발사시 자동개입을 규정하고 있어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고 정부 역시 이를 묵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애나 리치-앨런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대변인은 24일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인공위성 발사도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고 재확인했다.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장거리로켓 발사를 끝내 강행하고 국제사회 차원에서 대북제재 논의가 본격화된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이산상봉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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