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실장님한테 입 바른 소리 자주 했는데, 이제 잘릴까봐 못하겠네요”

인천의 한 공공도서관에서 5년째 일해온 A(31ㆍ여)씨는 최근 노사정 대타협 이후 직장에서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든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A씨는 “공공도서관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동료들이 상사들에게 각종 문제제기를 하다 인사고과에서 하위 등급을 받는 모습을 봐온 터라 해고의 두려움이 생겼다”며 “근무 성과와 관계없이 술자리 참여 등으로 인사고과가 정해지는 직장이 많은데, 해고 가이드라인이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에서 소규모 컨설팅업체를 운영하는 B(35)씨는 일반해고 지침이 마련된다는 소식이 반갑다. B씨는 “단순 사무직 직원들 중엔 애써 면접을 보고 채용을 하면 다른 회사에 들어가기 전 시간을 떼우기 위해 들어온 경우가 많다”며 “일을 못해서 해고를 했다 송사에 휘말려 골치아픈 일이 생기는 것보다는 지침을 명확히 만드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15일 노사정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의결하면서 일반해고 기준과 절차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많은 근로자들이 “해고 가이드라인 기준이 공정하게 세워질 리 없다”며 반발하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은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는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명시돼있지 않다면, 근무성적이 하위라고 해서 바로 해고 사유가 되지는 않았다. 또한 근무 평가가 상대평가인만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하위등급을 받을 수 있어,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정부가 준비 중인 안에는 근로자의 능력평가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부분이 명확히 제시됐지만, 상당수의 근로자들은 ‘공정할 리가 없다’는 반응이다. 중견급 제약회사에 다니는 C(34)씨는 “업무태도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이뤄지는데, 직원들을 비교해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자르는 건 근로자의 삶을 더욱 피폐하고 경쟁적으로 만들 것”이라며 “업무에 대한 평가도 상사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치우쳐서 나올 수밖에 없고, 상사와의 술자리나 사적인 관계가 인사고과에 반영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법으로 인정된 노동조합 조직이나, 활동 등을 이유로 낮은 인사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동계가 “인사평가 기준이 기업에 의해 임의적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고 표적해고로 악용될 수 있다”고 반발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국노총 역시 지난 해 12월 성명을 통해 “지금도 노조활동을 이유로 노동자가 업무성과 부진자로 간주돼 전환배치되거나 해고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정부안이 구체화되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게 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자영업자들은 “노사정대타협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면서도 일반해고가이드라인 마련에는 동의하는 모습이다. 인천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D(56) 씨는 “중소기업에는 사업주가 임금을 올려주며 근무를 독려해도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들이 많다”며 “채용할 때부터 해고 지침을 제시함으로써 성실한 근무에 강제성을 부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