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본질은 무엇일까. 왜 이 시점에 이런 정책이 추진되는 것일까. 발상의 본질은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기존 역사교육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얘기했듯이 “대한민국에 대한 확고한 역사관과 자긍심”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 기반해 있다. 그 올바름의 본질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친일과 독재의 낙인을 지워버리고 싶다는 자기고백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이런 심정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아무리 못난 부모라도 자식에게는 소중한 존재인데, 하물며 대한민국을 근대화시킨 아버지가 공공연히 비난받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친일과 독재의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후손들 또한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과거의 기억을 둘러싼 ‘역사전쟁’은 그들의 숙명인지 모른다. 이들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해도 지금 이 시점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가 하는 점에서 의문이다. 세간에서 얘기하듯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 결집을 위한 고도의 정치적 술수라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여당의 요구가 있다고 해도 대통령이 움직이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을 사안이다. 이렇게 하지 않아도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이미 나오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선거용으로 폄하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대통령의 뜻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가 없인 추진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13일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불필요한 국론분열이 일어나선 안되며 국민통합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국론분열을 유발할지 대통령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앞뒤가 안 맞는 이 말은 ‘다소 논란 있겠지만 기필코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어야 한다. 결국 대통령의 역사의식과 사명감에서 비롯된 일이다. 5년 단임제에서 대통령들은 역사에 남을만한 일을 꿈꾼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그토록 집착한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박근혜 대통령도 자신의 임기 중에 뭔가 역사적인 업적을 남기고 싶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그런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문제는 그러한 사명감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 더 나아가 그 이후의 삶을 고통스러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청와대가 생각하는 것만큼 이 일이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보수ㆍ진보 대립 구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보수언론이나 대다수 역사학자마저도 반대하고 있는 일이다. 이념을 떠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 일이 쉽게 추진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겠지만 ‘옥동자’를 낳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름은 ‘올바른’ 역사교과서겠지만, 내용과 관점에서는 ‘사생아’에 가깝다. 또 정치적으로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번 일은 분열됐던 야권이 단결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대통령의 독선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 더욱 강력하게 일어날 게 분명하다. 여론이 나빠질수록 여권의 협력도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음 대선에서 여권 후보마저 이 정책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표가 되지 않고 분열적인 의제에 집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야권 후보가 당선된다면 결국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폐기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결국 문제는 대통령의 조급함이다. 내년 총선이 끝나면 레임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맞다면 지금이 대통령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인지 모른다. 그러나 분열적 의제를 내세울수록 대통령의 발걸음은 더욱 뒤뚱거릴 것이다. ‘이 일은 꼭 해야 한다’는 과도한 집착은 대통령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나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