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국내 드라마 시장에선 OCN이 개척했고, JTBC로까지 본격적으로 뛰어든 ‘장르물’이 브라운관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가운데 올해 방송된 이들 드라마가 지나친 폭력성으로 줄줄이 징계를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8일 전체회의에서 세 편의 장르문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신분을 숨겨라’(tvN), ‘아름다운 나의 신부’(OCN), ‘라스트’(JTBC)다.
방통심의위는 이들 세 편의 드라마는 내용전개상 필요한 수준을 넘어 과도한 폭력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고 봤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6조(폭력묘사)제1항을 적용,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먼저 tvN ‘신분을 숨겨라’는 사람을 칼로 찌르고 머리를 망치로 가격하고 피를 흘리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방송해 ‘주의’를 받았다. OCN, tvN의 ‘아름다운 나의신부’는 사라진 약혼녀를 찾기 위해 범죄세력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에서 몽둥이, 칼 등으로 사람을 가격하거나 살해하고, 그 과정에서 피가 솟구치거나 사방에 튀어 흐르는 장면 등을 일부 흐림처리해 방송해 ‘경고’를 받았다.
CJ E&M의 경우 계열 채널들을 통해 이 같은 드라마를 수차례 재방송한 것도 문제가 됐다. 스토리온, XTM에서 다시 방송한 ‘신분을 숨겨라’, XTM에서 재방송한 ‘아름다운 나의신부’는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방송,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4조(수용수준)제2항을 함께 위반해, 보다 중징계인 ‘경고’와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받았다.
JTBC 드라마 ‘라스트’는 조직폭력배와 노숙자들이 집단 패싸움을 벌이며 각목과 쇠몽둥이를 휘두르는 장면,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치는 장면, 고문장면 등을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방송해 ‘주의’를 받았다.
장르물은 천편일률적인 소재로 ‘로맨틱코미디’를 지향했던 지상파 드라마와는 달리 신선하고 파격적인 화법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OCN의 경우 ‘장르물’로 한 우물을 파며 자기발전을 거듭, 초창기와 달리 점차 진화한 장르물을 선보이며 이 분야에 새로운 이정표도 제시했다. 실패를 거듭했던 시기도 있었으나, 이를 통해 보완하고 개선하니 OCN은 어느샌가 장르물에 있어 일가를 이루게 됐다. 지난해 방송됐던 ‘나쁜 녀석들’의 경우 허술했던 기존 장르물과 달리 대본과 캐릭터, 영상미가 조화를 이루며 드라마 초중반까지 호평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장르물’이라고 다 같은 드라마는 아니다. 여전히 실험 단계에 머무르는 작품도 적지 않다. 올해에도 수편의 드라마가 안방을 찾았으나 성적은 좋지 않다. 성적도 좋지 않은데, 시청자의 실망감도 크다. ‘끼워맞추기’ 식의 수사과정, 엉성한 스토리 혹은 지나치게 꼬아버린 이야기를 내놓거나 장르물의 특성도 살리지 못했으면서 이도 저도 아닌 장르물에 그치는 드라마도 많았다.
장르물끼리도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하드 보일드 액션을 떠올리게 하며 통쾌함을 안기는 화려한 영상이 노골적으로 개입되기 시작했다. 보여주기 위해 리얼한 사건 사고를 만드느라 수위를 넘은 사례들이 숱하게 지적되고 있다. 한 방송관계자는 “장르물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지만, 대중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파격적이나 드라마 전개상 불필요한 선정적인 장면으로 이어진다”며 “드라마의 속성상 당연히 필요한 부분일 때도 있지만 최근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흐름이다. 물론 미국, 영국드라마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국내 드라마 환경에선 꽤 급진적인 변화를 맞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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