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최고 자살률을 나타내는 원인으로 ‘경제문제’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이는 1970~8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고속성장의 이면에 ‘소득불평등 심화’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통계청이 전국 1만7664가구의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사회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한 번 이상 자살충동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응답자의 6.8%였다.
이들의 자살충동 원인 1순위는 경제적 어려움(37.4%)이었다.
경찰청이 자살 사망자의 유서, 주변 진술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가 5건 중 1건 꼴로 나타났다.
2012년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같은해 발생한 자살 1만3940건 중 2618건(18.8%)이 경제적인 문제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부(富)라는 것도 남들과의 비교 속에서 얻게 되는 상대적 만족감이기 때문에 절대적 소득 수준 향상 자체가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초고속 성장을 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뤘지만 경제적 수치와 지표에는 드러나지 않는 삶의 질과 품격, 개인의 행복감은 아직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입신양명(立身揚名)으로 대표되는 출세와 성공에 대한 강한 집착이 과거엔 도움이 됐지만, 성장이 정체되고 신분 상승이 어려워진 지금 시대에 이르러 오히려 ‘더 높은 곳’만 바라보는 건 좌절감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적 성과 일변도의 사회속에서 느끼는 불안감과 패배감은 좌절과 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쟁에서 도태돼 좌절하는 이웃을 따뜻하게 감싸안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며 “이전에는 사회보장 체계가 없어도 공동체가 있었지만 이제는 마을과 이웃마저 사라졌다”고 우려했다.
배두헌ㆍ이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