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기업들이 생산을 한 다음 판매하지 못하고 공장에 쌓아놓는 재고가 누적되면서 이것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성장률을 속속 하향조정하고 있다.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IB들은 지난 2분기 기업들의 재고누적에 주목하면서 향후 재고조정 등에 따른 성장률 하방위험을 지적하고, 일부 기관들은 글로벌 금융불안에 따라 올해 하반기 성장률을 하향조정하고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제기했다. 씨티그룹은 2분기 한국경제 성장률이 전분기대비 0.3%를 기록했지만, 재고투자의 기여도가 0.4%포인트에 달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하반기 완만한 내수회복 가능성이 있지만 향후 재고조정이 경제성장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들의 재고가 쌓이는 것은 경제비중이 큰 수출이 올들어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판매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충격을 극복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강도는 약한 편이다.
JP모건은 민간소비의 반등과 추가경정(추경) 예산 집행을 비롯한 재정부양책, 건설투자 지속 등으로 한국의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상반기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회복의 강도는 종전 전망보다 약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자금의 위험회피 성향 강화에 따른 신흥국의 유동성 축소, 주가하락에 따른 심리위축 등이 경기회복을 제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JP모건은 3분기 명목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8%에서 3.6%로, 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4.5%에서 3.6%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크레딧스위스는 이러한 대내외 여건변화에 따라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추가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2.8%에서 2.5%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3.4%에서 3.2%로 시장의 컨센서스보다 낮추었다.
이러한 여건변화를 감안해 크레딧스위스는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한차례 인하해 1.25%로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경기하방위험에 대응해 한은의 확장적 통화정책과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추가로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통계청은 ‘7월 산업활동 동향’을 통해 올 7월 제조업의 출하대비 재고비율이 129.2%로 1년 전의 120.9%에 비해 8.3%포인트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러한 재고율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점을 기록했던 2008년 12월(129.9%) 이후 6년 7개월만의 최고치다.
월간 출하량 대비 재고의 비율을 나타내는 재고율은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생산을 줄이면서 2009~2011년에는 90~100%대로 낮아졌다가 이후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해 중반 이후 120%대로 올라섰고, 이젠 130%에 육박한 것이다.
기업들이 생산을 하더라도 수출과 내수 등 판로가 막혀 창고에 제품을 쌓아놓고 있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석유정제의 재고가 1년 전에 비해 15.7% 늘어난 것을 비롯해 자동차(11.6%), 화학제품(11.4%) 등 주력산업의 재고가 크게 늘었다.
이런 가운데 공장 가동률은 떨어졌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올 5월 73.2%에 머물러 금융위기 때였던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후 반짝 반등세를 보이다 다시 하락, 7월에 74.7%를 기록했다. 1년 전(77.9%)에 비해 3.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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