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우울하고, 친척들 덕담은 부담”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친구들이랑 커피숍에서 보내려고요. 그래도 연휴니까, 도서관에 있는 건 너무 우울할 것 같고….”
20∼30대 취업준비생들 상당수는 나흘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기간에 커피숍, 도서관 등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취업 준비에 매진하겠다고 응답했다.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덕담과 위로를 받는 것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해서 혼자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는 것은 너무 울적할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사립대 법학과 졸업생 김모(31)씨는 추석 때 경기 화성의 큰 집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김씨는 “친척들 보기에 나부터 불편하고 그분들 입장에서도 2년째 취업 못한 내 눈치를 많이 볼 것 같다”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 2명과 함께 커피숍에서 추석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혼자 집에 있으면 우울하고 학교나 동네 도서관이 문을 닫으니 추석 같은 명절에는 커피숍를 찾게 된다고 했다.
건설 관련 중소업체를 6개월 정도 다니다 퇴사하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 중인 A(29ㆍ여)씨는 친구 4명과 함께 추석 연휴 때 스케줄을 미리 다 짜놨다고 말했다.
나흘간 각각 4명의 집 근처 커피숍을 찾는데 ‘아침∼저녁은 커피숍, 저녁∼밤은 스트레스 해소’ 식의 일정라고 한다.
A씨는 “취준생들은 추석이든 아니든 간에 하루라도 빨리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은 변함이 없다”면서 “도서관은 너무 쓸쓸해서 꺼려지고, 공부도 하고 스트레스도 풀겸 커피숍을 찾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준생 10명 중 7명(73%)은 이번 추석 연휴 중 취업 준비를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취업이 급해서(23%)’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고, ‘연휴기간에도 서류전형 등 기업들의 공채 일정이 진행되기 때문(20%)’, ‘준비를 안하고 있어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1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선호하는 장소는 54%가 집을 꼽았지만, 이어 카페(14%), 도서관(12%)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실제 이번 추석 연휴 중 스타벅스, 카페베네, 탐앤탐스, 엔제리너스, 투썸플레이스 등 5개사 측은 “일부 가맴점은 점주의 판단에 따라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조정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가맹점과 직영점은 문 연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이면 직장인 밀집 지역 매장은 방문객이 줄어들지만, 유흥가나 주택가 인근 매장은 평소와 명절 때 방문객 수가 큰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경기 일산의 한 가맹점 점주 정모씨는 “지난 설날에는 손님이 없을 것 같아 문을 닫았는데 명절 때 편히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있는 곳을 찾는 젊은층 수요가 많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며 “이번 추석에는 나흘 내내 문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서관을 찾은 것처럼 장시간 커피숍을 이용하는 젊은 고객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그런 손님이 워가 많아진 것도 있지만, 내방객이 한 명이라도 더 늘어야 하기 때문에 본사와 점주 모두 이들 역시 소중한 고객이라는 인식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